[함께 살아가는 말 187] 댕이꿀

 


  고흥사람은 굵고 투박하게 생긴 껍데기가 그대로 있는 굴을 불에 구워서 먹곤 합니다. 바닷가에서 줍거나 따서 구워 먹기도 하고, 읍내에서 그물주머니에 담긴 ‘댕이꿀’을 장만해서 구워 먹습니다. 껍질이 그대로 있는 굴이니 ‘껍질굴’인 셈일까요. 다른 고장에서는 ‘각굴’이라고들 말하지만, 고흥에서는 ‘댕이꿀’이라고 합니다. ‘굴’이라고도 않고 ‘꿀’이라 합니다. 바닷가에서나 읍내에서 “굴 있어요?” 하고 여쭈면 아무도 못 알아듣습니다. 서울말로는 벌이 꽃을 찾아다니며 모은 달콤한 물을 ‘꿀’이라 할 텐데, 이곳에서는 벌꿀은 ‘벌꿀’이고, 댕이꿀은 ‘댕이꿀’입니다. 시골에서 나고 자란 사람 가운데 한국말사전 들추면서 말을 배우는 사람은 없습니다. 학교나 교과서나 신문이나 방송으로 말을 배우는 사람도 없습니다. 먼먼 옛날부터 어머니와 아버지가 쓰는 말을 고이 물려받습니다. 이 말은 앞으로도 고이 물려주겠지요. 비록 오늘날 아이들은 시골에서 나고 자랐어도 시골에서 안 살고 도시로 나가지만, 시골에 남은 할매와 할배 입에서 입으로, 또 시골로 들어와서 살아가는 사람들 입에서 입으로, ‘댕이꿀’이라는 이름은 조물조물 이어가리라 느낍니다. 4347.1.12.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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