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118) 가상의 1 : 가상의 경계

 

국경은 오직 지도에만 존재하는 가상의 경계일 뿐이다
《박 로드리고 세희-나는 평생 여행하며 살고 싶다》(라이팅하우스,2013) 46쪽

 

  ‘존재(存在)하는’은 ‘있는’이나 ‘나오는’이나 ‘그려 놓은’이나 ‘그은’으로 손질합니다. ‘경계(境界)’는 그대로 둘 수 있지만, 이 글월에서는 ‘금’으로 손볼 수 있습니다.


  한국말사전을 살피면, 한자말 ‘가상’이 모두 열한 가지 나옵니다. “시렁 위”를 뜻한다는 ‘架上’이나 “길 위”를 뜻한다는 ‘街上’이 있는데, 이런 한자말을 쓰는 사람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아니, 이런 한자말을 굳이 써야 하는지 궁금합니다. ‘家相’이나 ‘嘉尙’이나 ‘嘉祥’이나 ‘嘉賞’ 같은 한자말을 누가 언제 쓸는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쓸 일이 없을 뿐 아니라, 쓸 만한 까닭이 없는 이런 한자말을 한국말사전에 자꾸 실으니, 한국말사전이 한국말사전다움을 잃는구나 싶어요. 한국말사전은 ‘한자말’사전이 아닙니다.


  보기글에 나오는 ‘가상’은 어떤 ‘가상’일까요. ‘假相’은 “겉으로 나타나 있는 덧없고 헛된 현실 세계”라 합니다. ‘假象’은 “주관적으로는 실제 있는 것처럼 보이나 객관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 거짓 현상”이라 합니다. ‘假想’은 “사실이 아니거나 사실 여부가 분명하지 않은 것을 사실이라고 가정하여 생각함. ≒어림생각”이라 합니다. ‘假像’은 “실물처럼 보이는 거짓 형상”이라 합니다. 어슷비슷한 네 가지 ‘가상’을 헤아립니다. 이 한자말들은 모두 ‘거짓’이나 ‘없음’이나 ‘덧없음’이나 ‘참이 아님’을 가리키는구나 싶습니다.

 

 가상의 경계일 뿐이다
→ 거짓스러운 경계일 뿐이다
→ 참말로는 없는 금일 뿐이다
→ 이 땅에 없는 금일 뿐이다
→ 눈에 안 보이는 금일 뿐이다
→ 아무것도 아닌 금일 뿐이다
 …

 

  없을 때에는 “없다” 하고 말하면 됩니다. 참이 아니라면 “참이 아니다” 하고 말하면 됩니다. 안 보이면 “안 보인다” 하고 말하면 돼요. 어느 쪽으로 이야기하고 싶은지 스스로 잘 살필 수 있기를 바랍니다.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찬찬히 짚고, 나누고 싶은 생각을 가만히 가눌 수 있기를 바랍니다. 4347.1.10.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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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은 오직 지도에만 있고 이 땅에 없는 금일 뿐이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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