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어른들은 '늪'이나 '못'이라는 낱말을
참 징허게 안 씁니다.
다들 '습지'와 '저수지'라는 말만 씁니다.
어른들부터 한국말을 제대로 안 쓰고
찬찬히 헤아리지 않으니,
아이들한테 한국말을 올바로 가르치지 못해요.
환경운동 한다는 분들부터 한국말을 제대로 써야
비로소 이 땅과 숲을 지키는 밑거름 되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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늪·못·웅덩이·둠벙
→ ‘늪’은 한자말로는 ‘습지’라고 가리키기도 해요. ‘못’은 한자말로 으레 ‘저수지’라고 가리키곤 해요. 늪과 못이 다른 대목이라면, 늪은 저 스스로 생깁니다. 자연 흐름에 따라 천천히 생겨요. 이와 달리, 못은 사람들이 논밭에 물을 대려고 파면서 생기기도 해요. ‘웅덩이’는 비가 한 차례 지나가면서 물이 고이는 곳이라 할 만합니다. 늪은 오래도록 물이 있지만, 웅덩이는 날이 개면 어느새 사라지곤 해요. 시골에서 비탈논이나 깊은 멧골 밭자락에 물을 대려고 조그맣게 파는 못을 두고 ‘둠벙’이라고 합니다.
늪
: 땅바닥이 우묵하게 빠지고 물이 늘 고인 곳
- 늪이 있어야 숲이 푸르고 아름다울 수 있어요
- 개구리도 새도 풀벌레도 늪 둘레에서 함께 살아갑니다
못
: 넓고 오목하게 팬 땅에 물이 고인 곳
- 이 못은 무척 넓어 바다인 줄 알았어
- 들에 물을 대려고 못을 파면서 마을 서너 곳이 물에 잠겨야 했어
웅덩이
: 물이 고인 조그마한 곳
- 웅덩이에 발이 빠져 바지가 다 젖었다
- 큰비가 지나가면서 웅덩이가 곳곳에 생겼다
둠벙
: 조그맣게 파는 못이나 조그맣게 생긴 못
- 비탈논에 물을 대려고 둠벙을 팠다
(최종규 . 2014 - 새로 쓰는 우리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