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책방 간판 옷집
헌책방을 꾸리는 분 가운데 간판을 굳이 올리지 않는 분이 있다. 예전 가게 간판을 그대로 두는 분이 있다. 이와 달리, 헌책방 간판을 그대로 둔 채 다른 가게를 꾸리는 분은 드물다.
어떤 마음일까 하고 가만히 헤아려 본다. 헌책방 간판을 내리지 않은 채 다른 가게를 꾸리는 분은 어떤 넋일까 곰곰이 생각해 본다. 예전에 이곳에 헌책방이 있었다는 자국을 치우지 않은 모습이 무척 반갑다. 문화부도, 시청이나 군청도, 신문사나 방송사도, 출판사나 작가나 시인도, 헌책방을 살뜰히 아끼는 법이 없고, 알뜰히 사랑한 일이 매우 드물다. 헌책방이 걸어온 길을 차근차근 돌아보거나 갈무리하는 공무원이란 없으며, 헌책방 박물관도 없다. 헌책방 간판 하나 건사하는 기관이나 박물관이 어디에 있는가. 그런데, 전주 홍지서림 골목 한쪽에 있는 조그마한 옷집은 ‘헌책방 간판’을 얌전히 두었다. 옷집 간판과 예전 헌책방 간판이 사이좋게 어울린다. 간판 하나로도 따사로운 빛이 흐른다. 4347.1.6.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헌책방 언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