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살아가는 말 185] 바람주머니

 


  어릴 적에는 으레 ‘주부’를 갖고 놀았습니다. 조금 더 자라서는 ‘주브’를 갖고 놀았는데, 깍쟁이 같은 동무들은 혀를 굴리며 ‘튜브’라고 말했어요. 어느덧 어른이 되어 혼자 자전거를 따로 장만해서 타다가, 바퀴 안쪽에 바람이 빠져서 갈아야 하면, 드라이버를 써서 겉바퀴를 벗기고 안쪽에 있는 ‘주부’ 또는 ‘주브’ 또는 ‘튜브’를 꺼내어 구멍을 때웁니다. 구멍때우기를 처음 익힐 적에는 자전거집까지 힘겹게 짊어지고 갔어요. 바람이 빠진 자전거를 굴리면 안쪽에 있는 ‘주부’ 또는 ‘주브’ 또는 ‘튜브’가 찢어지거나 갈린다고 했거든요. 자전거집 할배나 아저씨는 언제나 ‘주부’ 또는 ‘주브’라 말했습니다. 어른으로 살다가 어느새 아이를 둘 낳습니다. 두 아이와 살며 살림돈을 버는 어떤 일을 한동안 맡습니다. 서울시 공공기관 공문서 손질하는 일인데, 어느 기관 공문서를 살피다가 ‘구명 부환’이라는 낱말을 보고는 한참 고개를 갸우뚱합니다. 한국말사전을 뒤지니, “= 부낭(浮囊)”이라 나오고, ‘부낭’은 헤엄을 칠 때 몸이 잘 뜨게 하려고 고무로 만들어 바람을 넣는 것이라 합니다. 그래요. ‘바람주머니’가 ‘부낭’이요 ‘부환’이고, 요것이 바로 헤엄칠 적에 쓰는 ‘튜브’입니다. 자전거가 달릴 수 있도록 바퀴 안쪽에 바람을 가득 채우는 주머니도 ‘튜브’였지요. 영어사전을 보아도 ‘튜브’는 바람을 넣는 주머니를 가리킨다고 나오는데, 아직 어느 누구도, ‘주부’나 ‘주브’나 ‘튜브’나 ‘부환’이나 ‘부낭’을 보고 ‘바람주머니’라는 이름을 붙여 주지는 않습니다. 4346.12.31.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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