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1857) 동명의 1 : 동명의 만철 하얼빈도서관
전술한 바와 같이 하얼빈에는 1923년 창립한 동명의 만철 하얼빈도서관이 이미 존재하고 있었지만
《가토 카즈오,카와타 이코이,토조 후미노리/최석두 옮김-일본의 식민지 도서관》(한울,2009) 177쪽
“전술(前述)한”은 “앞서 말한”이나 “미리 밝힌”으로 다듬고, “1923년 창립(創立)한”은 “1923년 세운”으로 다듬습니다. “이미 존재(存在)하고 있었지만”은 “이미 있었지만”으로 손봅니다.
한자말 ‘동명(同名)’은 “같은 이름”을 뜻한다고 합니다. 한국말사전을 들추면 “이 작품은 동명의 소설을 영화화한 것이다” 같은 보기글이 나옵니다.
1923년 창립한 동명의 만철 하얼빈도서관
→ 1923년에 같은 이름으로 지은 하얼빈도서관
→ 1923년에 똑같은 이름으로 세운 하얼빈도서관
→ 1923년에 지은 이름이 같은 하얼빈도서관
→ 1923년에 세운 같은 이름을 쓰는 하얼빈도서관
…
“같은 이름”이라는 뜻이라면, 말 그대로 이처럼 쓰면 됩니다. 따로 한자말 ‘동명’을 끌어들이지 않아도 됩니다. 그렇지만, 한국말사전을 보면 “같은 말”이라는 뜻으로는 ‘同語’를 쓰고, 같은 뜻을 품은 사람을 가리킬 때에는 ‘同志’라 합니다. 설마 싶어 국어사전을 더 뒤적이니 “같은 책”을 뜻한다는 ‘同書’가 실립니다. “같은 사람”을 가리킨다는 ‘同人’ 또한 나란히 실리는군요.
이 작품은 동명의 소설을 영화화한 것이다
→ 이 작품은 같은 이름으로 나온 소설을 영화로 담아냈다
→ 이 작품은 같은 이름 소설을 영화로 담았다
→ 이 작품은 이름이 같은 소설을 영화로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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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이름’이나 ‘같은말’이나 ‘같은동무’나 ‘같은책’이나 ‘같은사람’ 같은 낱말을 쓰기는 어려울는지 모릅니다. 그러나, 굳이 한 낱말로 삼아야 하지 않습니다. 한 낱말이 없어도 됩니다. 붙여서 쓰거나 띄어서 쓰거나 대수롭지 않습니다. 함께 나눌 낱말을 써야 알맞고, 서로 즐겁게 주고받을 낱말을 써야 아름답습니다. 생각과 마음을 나누면서 말삶을 가꿀 만한 말씨와 말투를 헤아리면 됩니다.
같은이름 . 이름같다
다만, 다시금 ‘동명’과 ‘同名’과 ‘같은이름’을 헤아려 본다면, 아직까지는 퍽 힘들지만 앞으로는 ‘같은이름’이라는 낱말을 한국말사전에 실으면 어떠할까 싶어요. 우리 말살림을 북돋는 길을 찾을 수 있기를 빕니다. 말차례를 바꾸어 ‘이름같다’ 같은 낱말을 지을 수 있어요. 따로 한국말사전에 새 낱말을 싣지 않더라도 ‘같은-’을 앞가지로 삼아서 이런 말 저런 말을 줄줄줄 쏟아내는 틀을 마련해도 돼요.
‘같은뜻’이라든지 ‘같은길’이라든지 ‘같은넋’이라든지 ‘같은돈’이라든지 ‘같은사랑’이라든지 ‘같은터’라든지, 때와 곳에 알맞게 여러 가지 낱말을 쓸 수 있어요. 흐름과 앞뒤를 살피며 온갖 낱말을 지을 수 있습니다. 4342.10.13.불/4346.12.29.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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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밝힌 바와 같이 하얼빈에는 1923년에 같은 이름으로 세운 만철 하얼빈도서관이 이미 있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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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115) 동명의 2 : 동명의 영화
그가 여행 중에 썼던 일기는 훗날 《모터사이클 다이어리》라는 이름으로 출판되고 동명의 영화로도 만들어진다
《박 로드리고 세희-나는 평생 여행하며 살고 싶다》(라이팅하우스,2013) 110쪽
“여행 중(中)에”는 “여행하는 동안에”나 “여행하면서”나 “여행길에”로 손보고, ‘훗(後)날’은 ‘뒷날’이나 ‘나중에’로 손봅니다. ‘출판(出版)되고’는 ‘나오고’로 손질합니다. “영화로도 만들어진다”는 앞에서 나오는 말투와 이어 “영화로도 나온다”나 “영화로도 만든다”로 손질해 줍니다.
동명의 영화로도 만들어진다
→ 같은 이름으로 영화도 만든다
→ 같은 이름으로 영화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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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궁금해서 한국말사전을 뒤적이니, 한자말 ‘동명’이 모두 다섯 가지입니다. “같은 이름”을 가리키는 ‘同名’을 비롯해서, 역사 낱말인 ‘동명(東明)’이 있고, 어떤 사람 호라고 하는 ‘동명(東溟)’이 있고, 동해를 가리키는 다른 한자말 ‘동명(東溟)’과 ‘동명(洞名)’이 있어요. 마지막 ‘洞名’은 “동네 이름”을 뜻한다고 합니다. 이 가운데 한국말사전에 실어야 할 한자말 ‘동명’은 한 가지조차 없다고 느껴요. “동네 이름”은 이름 그대로 이처럼 쓰면 돼요. 어떤 사람 호를 한국말사전에 실어야 할 까닭이 없으며, 동해는 동해이지 ‘동명’이라고 적을 까닭이 없습니다.
우리 말글을 담는 사전이라면 우리 말글을 담아야 올바릅니다. 한국말사전은 한자말사전이 아니고, 중국말사전도, 역사사전도, 인물사전도 아닙니다. 한국말을 한국말답게 아끼고 사랑하면서 북돋울 때에 비로소 한국말사전다울 수 있는 한편, 이 나라 사람들이 이 나라 말을 아끼고 사랑하면서 북돋우는 밑틀이 될 테지요. 4346.12.29.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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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여행하면서 썼던 일기는 나중에 《모터사이클 다이어리》라는 책으로 나오고 영화로도 만든다
(최종규 . 2013 - 우리 말 살려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