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625) 건乾- 1 : 건포도

 

큼직한 삼베 자루 안에는 피스타치오 열매와 말린 살구와 녹색 건포도가 들어 있다
《오스네 사이에르스타드/권민정 옮김-카불의 책장수》(아름드리미디어,2005) 115쪽

 

  ‘녹색 건포도’에서 ‘녹색(綠色)’은 ‘풀빛’으로 고쳐야 알맞습니다. 그러니까, ‘풀빛 마른포도(말린포도)’라 하든지 ‘말린 푸른포도’로 고치면 됩니다. “삼베 자루 안에는”은 “삼베 자루에는”으로 손보고, “들어 있다”는 “들었다”나 “있다”로 손봅니다.


  한국말사전을 찾아보면 ‘건포도(乾葡萄)’를 “건조시킨 포도. ‘마른 포도’, ‘말린 포도’로 순화”로 풀이합니다. ‘건포도’는 한국말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그렇지만, 한국말사전에는 ‘건(乾)’이라는 외마디 한자말을 실어요. “(1) ‘마른’ 또는 ‘말린’의 뜻을 더하는 접두사”라 하고, 보기글로 “건가자미·건과자·건바닥·건어물·건포도” 들을 실어요.


  ‘건포도’가 올바르지 못한 낱말이라면, ‘포도’ 앞에 붙인 ‘乾’이라는 한자 때문입니다. 곧, ‘乾’이라는 외마디 한자말을 한국말사전에서 털어야 올바릅니다. ‘말린-’이나 ‘마른-’을 한국말사전 올림말로 실어서, 한국사람이 한국말을 올바로 쓸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해 주어야지 싶어요.

 

 말린 살구와 녹색 건포도
→ 말린 살구와 말린 푸른포도
→ 말린 살구와 푸른포도

 

  오징어를 말리면 ‘말린오징어’입니다. 한국말사전을 보면 ‘마른오징어’가 올림말로 나옵니다. ‘마른미역’이나 ‘마른밥’이 나오고, ‘마른안주·마른신·마른침·마른하늘·마른논·마른날’ 같은 낱말이 나와요. 그러나, ‘마른-’은 없습니다.


  앞으로는 ‘마른포도’와 ‘마른살구’처럼 쓸 수 있기를 빕니다. ‘마른-’과 ‘말린-’이 씩씩하게 올림말로 실리면서, 한국사람이 한국말을 새롭게 가꾸거나 빛내는 바탕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4339.8.24.나무/4346.12.24.불.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큼직한 삼베 자루에는 피스타치오 열매와 말린 살구와 말린 푸른포도가 들었다

 

..

 


 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1310) 건乾- 2 : 건초

 

교사는 원 안을 돌며 아이들 발 앞에 건초를 놓는다
《안드레아 에르케르트/장희정 옮김-숲으로 가자》(호미,2012) 101쪽

 

  ‘원(圓)’은 ‘동그라미’로 다듬습니다. ‘건초(乾草)’는 한국말사전에서 낱말뜻을 찾아보면 “베어서 말린 풀. 주로 사료나 퇴비로 쓴다. ‘마른풀’로 순화”로 나와요.

 

 건초를 놓는다
→ 마른풀을 놓는다
→ 짚을 놓는다
 …

 

  열매나 이삭을 떨군 풀포기를 ‘짚’이라고 해요. 말린 풀을 가리키지는 않습니다. 말린 풀을 써서 놀이를 한다면 ‘마른풀’이라 하면 되고, 말리지 않고 열매나 이삭만 떨군 폴을 써서 놀이를 하면 ‘짚’이라 하면 돼요. 그냥 풀을 뜯어서 놀이를 하면 ‘풀’이라 하면 될 테지요. 4346.12.24.불.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교사는 동그라미 안을 돌며 아이들 발 앞에 마른풀을 놓는다

 

(최종규 . 2013 - 우리 말 살려쓰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