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과 함께 - 무엇을 즐기는 삶일까
아침을 차려 아이들 불러 함께 먹고 먹이다가, 큰아이가 오이놀이 하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얘야, 밥 먹다가 무얼 하니, 하고 물으니, “나 수박 먹어.” 하면서 오이로 수박 먹듯이 논다. 이 아이가 배 안 고파서 이러나 하고 살짝 생각하다가, 그래 언제나 놀이로 무엇이든 바꾸는 마음일 테지, 하고 깨닫는다. 처음에는 오이 속만 파먹다가, 나중에는 오이 겉만 갉아먹는다. 오이 겉만 갉아먹은 뒤에는 “아버지, 돌이야 돌.” 그러더니 “어, 돌이면서 단추인가.” 한다. 작은아이도 누나처럼 겉만 갉아먹어 ‘동그란 돌’을 만들어 달란다. 작은아이 입을 벌려 조금씩 갉작갉작 먹도록 해서 만들어 준다. “자, 봐, 너도 스스로 할 수 있겠지?”
밥상머리에서 밥만 먹지 않아도 되리라. 참말, 이 아이들처럼, 밥상머리에서 한창 밥을 먹다가 놀 수 있다. 밥을 먹다가 책을 읽을 수도 있고, 밥을 먹다가 잠을 잘 수도 있겠지. 밥을 먹다가 마당으로 뛰쳐나가 땀 흠뻑 쏟으며 놀 수 있다.
즐기려는 삶이다. 아름답게 즐기고, 신나게 즐기며, 사랑스레 즐기려는 삶이다. 억지로 붙잡거나 붙들 삶이 아니다. 꼭 이것을 해야 하거나 반드시 저것을 해야 하지 않다. 활짝 웃고 맑게 노래할 수 있는 삶으로 나아갈 때에 즐겁다. 즐겁게 누리는 삶일 때에 아름답게 일구는 하루가 될 수 있다.
밥상맡 오이놀이 큰아이 모습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나도 모르게 피식 웃는다. 그래, 밥 바지런히 먹으라 다그치거나 나무랄 일이란 없지. 네가 이렇게 놀면, 이 싱그러운 놀이빛을 사진으로 담으면 되겠네. 천천히 먹으면 되지. 쉬었다가 나중에 먹어도 되지. 놀다가 찬찬히 먹으면 되지. 이 겨울에 밥도 국도 다 식는다 하더라도, 국은 다시 끓여서 따뜻하게 먹으면 되지. 즐겁게 먹고, 즐겁게 놀며, 즐겁게 살아야, 비로소 즐겁게 노래하는 사진을 찍지. 4346.12.8.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사진책 읽는 즐거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