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읽는 책 81] 책과 나무

 


  지게가 되고 기둥이 되며 땔감이 되다가,
  책걸상 되고 연필이 되며 책이 되는,
  푸른 숨결과 온몸을 내어주는 나무.

 


  책이 아직 나무였을 적에는 더럽지 않았습니다. 나무를 바라보며 더럽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도시 한복판에서 자동차 배기가스를 옴팡지게 마셔야 한다면 나뭇줄기와 잎사귀가 새까맣게 되지만, 이런 가녀린 도시나무를 바라보며서도 더럽다고 말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나무 몸통을 잘라서 종이를 만들 적에 화학처리를 합니다. 종이를 책으로 묶으며 잉크 찍고 다시 화학처리를 합니다. 책은 온통 나무 몸통인데, 책이 되면서 차츰 먼지가 쌓여요. 헌책방 헌책뿐 아니라 도서관 책들과 새책방 새책에도 책먼지 많이 묻어요. 새책방에서도 도서관에서도 모두 장갑을 끼고 책을 만지지만, 어느새 새까맣게 되어요. 풀과 꽃과 나무도 사람 손을 타면 먼지가 낄까요. 따사로운 넋으로 마주하지 않으면 어디에나 먼지가 낄까요. 4346.11.30.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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