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그림책 읽다가
아이들과 그림책 읽다가 자꾸 마음에 걸리는 대목이 있습니다. 아이들 그림책은 참말 아이들 말투로 쓰거나 옮겨야 할 텐데, 이런 대목에 마음을 기울이는 어른이 너무 드물어요.
창작이나 번역을 하는 분들한테 아이가 있어도 아이하고 하루 스물네 시간 함께 보내며 아이 삶을 마주하지 못하기 때문은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아이하고 스물네 시간 지내며 모든 말을 아이 눈높이에 맞춰서 주고받는 동안 차근차근 새말을 가르치면 아이들 그림책에 깃든 말이 ‘어른 읽는 인문책’에 나오는 말처럼 딱딱하거나 어렵지 않을 테니까요. 아이와 하루 내내 보낼 적에는 아이가 어버이한테서 어떤 말을 배우거나 물려받으며 살아가면 아름다울까 하고 생각할 테니까요. 아니, 생각에서만 그치지 않고 어버이 삶이 달라지고 어버이 넋이 거듭나며 어버이 말이 새롭게 빛날 테니까요.
누구한테 읽히려고 쓰는 글인지 생각할 줄 알아야 합니다. 다른 사람한테 읽히기 앞서 스스로 거듭 읽고 자꾸 되새기면서 삶과 넋과 사랑을 북돋울 만한 글이 되도록 가다듬어야지 싶습니다. 4346.11.22.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삶과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