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과 함께 - 군내버스를 사진으로
도시에서 살 적에는 시내버스를 사진으로 찍자는 생각이 그닥 들지 않았다. 다만, 내 어릴 적을 떠올리면, 해마다 시내버스 모양이 바뀌곤 해서, 누군가 이 시내버스 바뀌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으면 무척 재미있겠다고 생각했다. 이를테면, 옛날 시내버스는 창문 열기 퍽 힘들었다. 아이 힘으로는 매우 힘들어 여름날 낑낑거리면, 둘레에서 다른 어른이 다가와서 끙차 하면서 열어 주곤 했는데, 어른조차 못 여는 창문이 있었다. 아주 작은 손잡이를 꽉 눌러서 열던 창문인 버스에서, 위아래 나뉜 창문 붙은 버스로, 손잡이 쥐기 좋도록 생긴 버스로, 또 손잡이 모양새 달라지는 버스로, 누름단추 모양 바뀌는 버스로, 참말 해마다 버스 모양이 새로웠다.
시골 군내버스도 해마다 조금씩 달라진다. 버스는 워낙 기나긴 길을 꾸준하게 달려야 하니, 몇 해쯤 달리면 목숨이 다 하는 듯하다. 한꺼번에 모든 버스를 바꾸지 않고, 한 대씩 찬찬히 바꾸지 싶다. 이런 겉모습 달라지는 흐름도 재미있지만, 버스를 타고내리는 사람들 지켜보는 모습도 재미있다.
아마 어디엔가 누군가 있으리라 생각한다. 버스 타는 즐거움을 사진으로 꾸준하게 담으면서 삶빛 수수하게 나누는 이들이 꼭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런데, 내가 살아가는 전남 고흥에서는 이곳 군내버스를 사진으로 찍는 사람이 없지 않을까 생각한다. 사진을 좀 찍는다 싶은 이들은 으레 자가용을 모니, 군내버스 생김새를 모를 뿐더러 언제 지나가는지도 모르겠지.
우체국에 가려고 면소재지 다녀오는 길에 저 멀리 마주오는 군내버스를 본다. 때를 헤아린다. 옳지, 저녁 다섯 시로구나. 그러면 읍내에서 이 길 지나오는 군내버스뿐 아니라, 곧 면소재지에서 읍내로 나가는 버스가 엇갈리겠구나. 웬만하면 우리 마을 앞에서 두 버스가 엇갈리는데, 오늘은 면소재지 버스가 좀 늦다. 그래도 들길 한켠에 서서 읍내에서 오는 버스를 먼저 찍고, 곧이어 면소재지에서 오는 버스를 새삼스레 찍는다. 이 군내버스를 모는 일꾼은 나를 알까? 아마 알리라. 두 아이 데리고 마실 다니면서 사진 찍는 나를 알리라. 여느 때에는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니는 나를 흔히 보셨을 테지. 가을빛 흐드러지는 들길 달리는 군내버스 빛깔이 예쁘다. 4346.11.21.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사진책 읽는 즐거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