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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비부비 몽이 ㅣ 분홍 꼬마 몽이 이야기 1
토요타 카즈히코 지음, 하늘여우 옮김 / 넥서스주니어 / 2006년 3월
평점 :
절판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312
포근하게 안는 손길은
― 부비부비 몽이
토요타 카즈히코 글·그림
하늘여우 옮김
넥서스주니어 펴냄, 2006.3.25.
새근새근 자는 아이가 어느새 몸을 돌려 달라붙습니다. 아이는 어버이 손이나 몸을 만지면서 꿈나라를 누리고 싶습니다. 큰아이도 작은아이도 몸을 이리저리 돌리고 굴리며 잡니다. 이불만 덮는다고 잘 자지 않습니다. 손을 살며시 잡고 싶습니다. 얼굴을 살살 쓰다듬고 싶습니다.
아이들 재우며 작은아이와 큰아이를 살살 쓰다듬습니다. 아이들은 작은 입을 놀려 잠자리에서도 종알거리고, 작은 손을 움직이고 작은 발을 차면서 이불을 이리저리 흐트립니다. 아이들은 잠자리에서도 놀고 싶습니다. 이 아이들한테 보드랍게 자장노래 불러 줍니다. 이 아이들한테 한손씩 뻗아 이마를 쓰다듬습니다. 머리카락을 쓸어넘깁니다. 가슴을 토닥토닥 눌러 줍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신나게 뛰놀고, 저녁부터 아침까지 기쁘게 꿈날개 펼치기를 바랍니다.
.. 삐악삐악 병아리가 몽이 뺨을 부비부비. 와, 몽이의 좋은 냄새 .. (3쪽)
아이들은 어머니와 아버지 냄새를 맡습니다. 어버이는 아이들 냄새를 맡습니다. 아이들은 어머니와 아버지 손길을 느낍니다. 어버이는 아이들 손길을 느낍니다. 두 사람은 함께 웃고 함께 먹으며 함께 노래합니다. 두 사람은 함께 자고 함께 입으며 함께 살아갑니다.
가까운 마실을 가든 먼 나들이를 가든, 서로 손을 잡습니다. 가다가 졸리면 등에 업혀 잡니다. 품에 안겨 잠듭니다. 버스나 기차를 타고 멀리멀리 길을 떠날 적에는 작은 발로 걸상을 밟고 서서 창밖을 내다보며 노는 아이들입니다. 개구지게 놀다가 기운이 빠지면 스르르 눈이 감기고, 어느새 곯아떨어집니다. 아이들은 다른 걱정이 없이 잠듭니다. 왜냐하면, 어머니와 아버지가 곯아떨어진 나를 살포시 안아 재우며 아끼리라 알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은 곯아떨어져 잠든 몸으로 저를 다독다독 품는 어버이 손길을 느낍니다. 어버이 살내음을 맡습니다. 투박한 손마디로 안더라도 따사롭다고 느낍니다. 거친 손바닥으로 쓰다듬더라도 포근하다고 느낍니다. 투박한 손마디와 거친 손바닥에 애틋한 사랑이 흐르거든요.
.. 아파도 꾹 참자. 몽이야, 참자 .. (18쪽)
포근하게 안는 손길은 사랑입니다. 어버이가 아이를, 아이가 어버이를, 서로 사랑으로 마주합니다. 서로 아끼는 옆지기가 사랑으로 만납니다. 아이와 아이가 따뜻한 눈길을 주고받습니다. 어른과 어른도 어깨동무를 하면서 두레와 품앗이를 합니다.
풀은 뿌리가 얼키고설킵니다. 풀은 잎사귀도 얼키고설킵니다. 풀밭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온갖 풀이 아주 조그마한 틈에서 함께 돋아 함께 자랍니다. 뿌리도 하나요 줄기와 꽃도 하나입니다. 민들레꽃 옆에 씀바귀꽃 있어요. 꽃다지꽃 옆에 꽃마리꽃 있어요. 냉이꽃 곁에 봄까지꽃 있어요. 별꽃 둘레에 코딱지나물꽃 있어요.
함께 살아가며 아름답게 빛납니다. 함께 사랑하며 즐거이 노래합니다. 우리 삶은 아름다운 웃음빛으로 이루어집니다. 우리 지구별은 즐거운 사랑으로 환합니다.
.. 몽이가 엄마 뺨을 부비부비. 와, 엄마의 좋은 냄새 .. (24쪽)
토요타 카즈히코 님 그림책 《부비부비 몽이》(넥서스주니어,2006)를 읽습니다. 복숭아 아이 ‘몽이’는 혼자서 조용히 흙놀이를 합니다. 이동안 몽이 동무들이 하나둘 찾아와 몽이 뺨을 살살 부빕니다. 저마다 몽이 뺨에서 좋은 냄새가 난다고 말합니다. 아마 몽이도 동무들한테서 좋은 냄새를 맡을 테지요.
그런데, 가만히 헤아리면, 몽이한테서 좋은 냄새가 나는 까닭은 바로 몽이 어머니와 아버지 때문입니다. 어머니와 아버지한테서 좋은 냄새가 나니, 아이도 이 좋은 냄새를 물려받습니다. 몽이가 자라 어른이 되면, 몽이가 낳는 아이도 몽이한테서 좋은 냄새를 물려받을 테지요.
먼먼 옛날부터, 아스라히 먼먼 옛날부터, 범도 사람도 담배 피며 함께 살던 까마득히 먼먼 옛날부터, 어머니와 아버지한테서 풍기는 좋은 냄새를 물려받은 아이들이 이 땅에서 씩씩하고 아름답게 살아갑니다. 아이들은 좋은 냄새를 맡으며 싱그러운 빛을 노래합니다. 어버이는 좋은 냄새를 베풀면서 포근한 꿈을 일굽니다.
예쁜 그림책을 아이들과 기쁘게 누리다가, 꼭 한 가지에서 걸립니다. 이 그림책에는 “몽이의 좋은 냄새”와 “엄마의 좋은 냄새”라 나오는데, 일본책에서는 ‘の’를 썼을 테지만, 우리 아이들한테 읽히는 한국책에는 ‘-한테서’를 넣어야 올바릅니다. 냄새는 몽이한테서 나고 엄마한테서 납니다. 또는 “몽이 냄새”나 “엄마 냄새”처럼 적어야 올바릅니다.
좋은 말로 좋은 이야기를 엮어 내놓는 그림책 되어, 아이들도 어른들도 좋은 말로 좋은 삶 일구는 밑바탕 되기를 빕니다. 4346.11.16.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