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결에 물든 미국말
 (245) 캐주얼(casual) 1

 

만약에 정치가나 행정관료들이 판에 박은 듯한 정장이 아니라 캐주얼한 옷을 몸에 걸치거나, 또 옷색깔도 다양하게 화사하고 밝은 색깔로 바꾼다면 우리 나라 정치가 어떻게 바뀌어질까
《마광수-사랑받지 못하여》(행림출판,1990) 31쪽

 

  차려입는 옷을 가리켜 ‘정장(正裝)’이라고도 하지만, ‘차린옷’이나 ‘차려입는 옷­’이라고 적어도 됩니다. 쉽게 쓰면 돼요. 옷이 ‘화사(華奢)’하다고 할 수 있으나, 우리 말로 ‘곱다’나 ‘아름답다’라 하면 한결 낫습니다. ‘옷색(色)깔’은 ‘옷빛’으로 손보고, “어떻게 바뀌어질까”는 “어떻게 바뀔까”로 손봅니다. 글 첫머리에 나오는 ‘만약(萬若)에’는 아예 덜 수 있습니다. 글 사이에 ‘-ㄴ다면’이라는 씨끝이 있기 때문입니다. 첫머리를 여는 어떤 낱말을 넣고 싶으면 ‘앞으로’나 ‘이제부터’를 넣을 수 있어요.

 

  영어인 ‘캐주얼(casual)’인데 국어사전에 실립니다. “‘평상’, ‘평상복’으로 순화”라는 뜻이 붙습니다. 게다가 국어사전에는 ‘캐주얼하다’라는 영어가 나란히 실리고, 이 낱말에는 ‘순화’하라는 뜻이 안 붙습니다. ‘캐주얼하다’는 “차림새가 격식에 구애되지 아니하고 부드러우며 가볍다”를 뜻한다고 나옵니다. 국어사전 보기글로 “그는 평소 캐주얼한 복장을 즐겨 입는다”가 나와요.

 

 캐주얼한 옷을 몸에 걸치거나
→ 허물없이 옷을 몸을 걸치거나
→ 가벼운 옷을 몸에 걸치거나
→ 밝은 옷을 몸에 걸치거나
→ 홀가분하게 옷을 몸에 걸치거나
 …

 

  국어사전을 살피니, ‘캐주얼’이란 ‘평상복’이라 합니다. 그러면 ‘평상(平常)’이란 무엇이냐. 여느 때입니다. 그러니까, 여느 때에 가볍게 입는 옷이라는 ‘평상복’이요, ‘캐주얼’이라는 이야기입니다. 격식을 차리지 않는 일을 ‘캐주얼하다’라 한다니, 허물없거나 부드럽거나 가벼운 모습을 가리키겠군요.


  보기글을 보면, ‘곱고(화사) 밝은 색깔’이라는 대목이 있습니다. 이런 여러 가지를 모두어 살피면, 옷을 ‘격식없이’ 입거나 ‘허물없이’ 입는다고 말하면 됩니다. 가볍거나 밝거나 홀가분하게 입는다고 말해도 잘 어울립니다. 산뜻하게 입거나 즐겁게 입거나 재미나게 입는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옷을 수수하게 입거나 투박하게 입는다고 해도 될 테지요. 4339.7.3.달/4346.11.9.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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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부터 정치가나 행정관료 들이 판에 박은 듯한 옷이 아니라 가벼운 옷을 몸에 걸치거나, 또 옷빛도 골고루 예쁘며 밝은 빛깔로 바꾼다면 우리 나라 정치가 어떻게 바뀔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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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결에 물든 미국말
 (489) 캐주얼(casual) 2

 

나는 평소에 정장보다는 캐주얼한 옷차림을 즐긴다
《김세환의 행복한 자전거》(헤르메스미디어,2007) 38쪽

 

 ‘평소(平素)’는 ‘평상시’와 같은 말입니다. ‘캐주얼’ 말풀이는 ‘평상옷’입니다. 그렇다면, “나는 평상시에 정장보다는 평상옷을 즐겨입는다”는 소리가 되네요. ‘평상시에는 평상옷’을 입어야 맞겠지요? ‘평상시에 정장’을 입는다면 오히려 얄궂겠지요? 그러나, ‘평상시에 평상옷’이라는 말은 어딘가 어울리지 않습니다. 겹말입니다. 뜻으로는 맞다 할 만하지만, 두 낱말은 이렇게 어울려 쓰기에 알맞지 않아요.

 

 정장보다는 캐주얼한 옷차림을
→ 차린옷보다는 가벼운 옷을
→ 차려 입기보다는 가볍게 입기를
→ 차려 입기보다는 있는 그대로 입기를
→ 차려 입기보다는 집에서처럼 입기를
 …

 

  여느 때 옷차림이라 한다면, 집에서도 입는 옷차림입니다. 집에서 갖춰 입거나 차려 입는 사람은 거의 없겠지요. 잠자리에 들면서 차린옷 그대로 입는 사람도 거의 없을 테고요. 그래서, 차리지 않고 입는 옷, 집에서 입듯이 입는 옷은 “가볍게 입는” 옷이며 “단출하게 입는” 옷이고 “있는 그대로 입는” 옷입니다.


  더 생각해 보면, ‘차린옷’이라는 낱말을 오늘날 새로 지어서 쓰듯, 차리지 않은 가벼운 옷을 가리키는 낱말도 새로 지을 만합니다. 이때에는 ‘집옷’이라 해 볼 수 있을까요. ‘여느옷’이라고 새 낱말 지으면 어떨까요. 영어를 끌어들여 어떤 옷차림을 가리킬 수도 있을 테지만, 한국말로 한국사람한테 잘 어울릴 만한 낱말을 지으면 한결 즐거우며 아름답습니다. 4340.11.20.불/4346.11.9.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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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언제나 차려 입기보다는 가벼운 옷차림을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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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결에 물든 미국말
 (677) 캐주얼(casual) 3

 

이런 음식들에 길들여진 입맛을 어느 정도 충족시키면서도 몸에 해롭지 않고 맛도 있는 캐주얼한 자연식, 채식 음식을 간결하게 만들 수 있는 조리법을 이번 책에 담았습니다
《문성희-평화가 깃든 밥상 3》(샨티,2013) 11쪽

 

  ‘음식(飮食)’은 ‘밥’으로 다듬고, “어느 정도(程度) 충족(充足)시키면서도”는 “어느 만큼 채우면서도”나 “어느 만큼 맞추면서도”로 다듬습니다. ‘해(害)롭지’는 ‘나쁘지’로 손질합니다. “음식을 간결(簡潔)하게 만들 수 있는 조리법(調理法)”은 “밥을 깔끔하게 하는 법”이나 “밥을 쉽게 짓는 법”으로 손봅니다.

 

 캐주얼한 자연식 채식 음식을
→ 보기 좋고 자연스러운 풀밥을
→ 산뜻하고 자연스러운 풀밥을
→ 예쁘고 자연스러운 풀밥을
→ 가볍게 차려 자연스레 먹는 풀밥을
 …

 

  자연에 어긋나지 않고 풀을 많이 쓰는 밥을 차리는 법을 들려주는 책인데, ‘캐주얼’하게 차릴 수 있다고 말하는 보기글입니다. 자연스러움과 ‘캐주얼’이 어떻게 만날 수 있을까 궁금합니다. 요즘 사람들이 영어를 쉽게 아무 자리에나 쓰니, ‘자연식’이나 ‘채식’을 말할 적에도 이런 영어를 써야 하는지 궁금합니다.


  자연식이란 자연스럽게 흙에서 얻는 대로 먹는 밥입니다. 채식이란 흙에서 얻은 풀을 먹는 밥입니다. 쉽고 가볍게 생각할 노릇입니다. 산뜻하게 즐길 밥을 찬찬히 헤아리고, 가볍고 예쁘게 차릴 밥을 가만히 살필 노릇입니다. 4346.11.9.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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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밥에 길든 입맛을 어느 만큼 채우면서도 몸에 나쁘지 않고 맛도 있는 산뜻하고 자연스러운 풀밥을 쉽게 짓는 법을 이 책에 담았습니다

 

(최종규 . 2013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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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모모 2013-11-10 00:55   좋아요 0 | URL
헉; 음식에도 캐주얼하다는 말을 붙이는 경우가 있다니 놀랍습니다ㅇ.ㅇ;

숲노래 2013-11-10 02:08   좋아요 0 | URL
오늘날 영어는...
그야말로...
거석해요 @.@
영어를 제대로 쓸 줄 아는 사람이
자꾸 사라지는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