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안 쓰면 우리 말이 깨끗하다
(58) 중년의 1 : 중년의 사내
멀리 한 사람, 중년의 사내가 사진기로 막 피기 시작한 개오동나무꽃을 찍고 있는 이외에는 인적이 하나도 없다
《야마오 산세이/이반 옮김-여기에 사는 즐거움》(도솔,2002) 80쪽
“찍고 있는 이외(以外)”는 “찍일 뿐”이나 “찍는 것 빼고”로 다듬습니다. “인적(人跡)이 하나도 없다”는 “사람 (발)자취는 하나도 없다”나 “사람 자취라고는 없다”나 “사람 그림자라고는 없다”로 손질합니다. “막 피기 시작(始作)한”은 “막 피는”이나 “막 피어오르는”으로 손봅니다.
한자말 ‘중년(中年)’은 “(1) 마흔 살 안팎의 나이 (2) 사람의 일생에서 중기, 곧 장년·중년의 시절을 이르는 말”을 뜻한다고 합니다. ‘중년’ 말풀이에 아예 “중년의 시절”이라는 글월이 나옵니다.
중년이 되는 때라고 하겠지요. 중년을 맞이하는 때쯤 되겠지요. 국어사전부터 말풀이를 올바르거나 슬기롭게 하지 못합니다. 이러한 국어사전을 살펴 낱말뜻 찾으려는 사람들은 오히려 엉뚱하거나 잘못된 말투에 길들겠구나 싶습니다.
중년의 사내가 사진을 찍고 있다
→ 중년인 사내가 사진을 찍는다
→ 마흔쯤 되는 사내가 사진을 찍는다
→ 아저씨가 사진을 찍는다
→ 나이 지긋한 분이 사진을 찍는다
…
마흔 안팎인 사람을 가리켜 ‘중년(中年)’이라 하는데요, 그저 말뜻 그대로 “마흔 안팎인 사람”이라 말할 때에 가장 알맞습니다. 그리고, 우리 말로는 ‘아저씨’나 ‘아주머니’가 아닐까 싶습니다. “중년의 사내”와 “중년 사내”는 어떻게 다를까요. 참말 다르기나 할까요. 한자말 ‘중년’을 쓰고 싶다면 “중년 사내”로 적으면 될 뿐입니다. 4337.10.31.해/4346.10.29.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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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한 사람, 나이 지긋한 사내가 사진기로 막 피는 개오동나무꽃을 찍을 뿐, 사람 그림자라고는 하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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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099) 중년의 2 : 중년의 남자
중년의 남자가 호수 부근에 움막 같은 집을 짓고 있다
《이기식-잉카의 웃음, 잉카의 눈물》(작가,2005) 128쪽
‘남자(男子)’ 같은 낱말은 한자말로 치지 않아도 됩니다만, ‘사내’로 적을 수 있습니다. ‘호수(湖水)’ 같은 낱말도 한자말로 여기지 않아도 되지만, ‘못’이나 ‘못물’로 손질할 수 있습니다. ‘부근(附近)’은 ‘둘레’나 ‘언저리’로 다듬고, “집을 짓고 있다”는 “집을 짓는다”나 “집을 한창 짓는다”로 바로잡습니다.
중년의 남자가
→ 마흔 살쯤 되는 사내가
→ 마흔 살 넘은 듯한 사내가
→ 늙수그레한 사내가
→ 제법 늙은 사내가
→ 제법 나이든 사내가
…
한겨레는 ‘중년’ 같은 한자말을 안 쓰며 살았습니다. 한겨레는 ‘아이’와 ‘어른’이라는 낱말을 썼고, ‘젊은이’와 ‘늙은이’라는 낱말을 썼습니다. 이 보기글 같은 자리에서는 으레 ‘사내’나 ‘어른’이라는 낱말을 넣었어요.
새로운 사회나 문화가 되었기에 새로운 낱말을 쓸 수 있습니다. 그러면, 이 대목에서는 나이를 어림하면서 “마흔 살쯤으로 보이는 사내”라든지 “쉰 살쯤 될까 싶은 사내”처럼 적으면 됩니다. “제법 나이든 사내”라든지 “꽤 나이든 사내”라 할 수 있습니다. 4346.10.29.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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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 살쯤 보이는 사내가 못물 둘레에 움막 같은 집을 짓는다
(최종규 . 2013 - 우리 말 살려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