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갈래 마음
제주섬에 있는 헌책방 〈책밭서점〉에 2010년 11월에 마실을 한 뒤 아직 마실을 하지 못한다. 2011년 봄에 둘째 아이 태어나면 한동안 먼 마실 못 다니겠구나 싶어, 퍽 어린 첫째 아이를 데리고 마실을 하고 나서 아직 찾아가지 못한다. 올 2013년 10월 24일 목요일에 제주섬 헌책방 〈책밭서점〉에서 조그마한 이야기마당 이루어진다. 제주섬을 씩씩하게 지키는 여러 일꾼들이 저마다 이녁 일터에서 이야기마당을 펼친다고 한다. 오래도록 제주섬 책빛을 일구면서 지킨 〈책밭서점〉이기에, 이날 이곳 책지기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찬찬히 들으면서 토씨 하나까지 갈무리하고 싶다. 어느덧 둘째 아이가 무럭무럭 자라, 네 식구 다 함께 제주마실 할 만하리라 생각하는데, 아이들은 내가 건사하며 돌본다 하더라도, 아픈 옆지기가 만만하지 않다. 아이들 데리고 먼길 마실 다니기는 힘들지 않다. 얼마든지 즐거우며 재미나게 마실 다닐 수 있다. 그러나, 우리 집 아이들은 개구지게 뛰놀며 노래하기를 좋아한다. 조곤조곤 나즈막한 목소리로 이야기마당 이루어지는 자리에 우리 아이들 개구지게 뛰놀다가는 너무 어수선하게 될 테지. 혼자 아이들 데리고 간다면, 헌책방 책지기 이야기를 노트북에 갈무리하는 일은 못한다. 그러면, 혼자 가야 하는가? 내가 ‘헌책방 책지기 이야기’를 갈무리하지 않겠다고 생각하면 네 식구 또는 세 식구 홀가분하게 마실을 할 수 있으리라. 그런데, 제주마실 하루 앞두고 두 아이가 밤늦도록 잠들지 않는다. 저녁 열 시 넘어서 겨우 자장노래 한참 불러 재운다. 이런 흐름이면 아이들은 아침 여덟 시 즈음에 일어나리라. 저녁 여덟 시에 잠들어야 새벽 대여섯 시에 일어날 텐데, 오늘 따라 일찍 재우려 해도 도무지 잠들지 않으며 느즈막하게 곯아떨어진다.
이튿날 새벽에 자전거 몰아 혼자 녹동항에 가서 배를 타고 가야 할까. 아니면, 제주마실을 하지 말아야 할까.
한 가지를 더 생각하면, 제주마실 다녀올 찻삯이 없다. 그러나, 어쨌든 카드로 찻삯, 아니 배삯을 긁고 카드결재는 다음달에 하니까 그때까지 이렁저렁 바깥일 해서 배삯을 갚기로 하면 될 노릇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래저래 만만하지 않다. 내가 혼자 제주마실을 한다면, 아픈 옆지기는 아이들 밥을 제대로 챙기지 못할 테고, 나 홀로 이렇게 제주마실을 하고 또 이런저런 찻삯이나 배삯을 벌려고 바깥일을 한다면, 아이들 밥 챙기고 집일 하는 몫은 고스란히 더 쌓일 테지.
늘 두 갈래 마음이 된다. 어느 쪽으로 가든 내 삶이요 우리 삶이다. 어느 쪽으로 가든 아름답게 살아가고 사랑스레 생각하면 된다. 그렇지만 나는 오늘 따라 다른 어느 날보다 더 마음이 아프게 두 갈래 길에서 헤맨다. 바깥일 보고 시골집으로 돌아오면 이틀쯤 앓아눕느라 아이들 밥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모습을 스스로 뻔히 알기에, 제주마실 하지 말고 집에 머물며 아이들한테 밥 제대로 챙기고, 아이들과 살갑고 신나게 어울리며 놀고 삶을 가르치는 하루를 보내는 쪽이 오늘 내 모습으로서는 가장 아름다운 길 아니겠느냐 하고 생각한다. 그래도, 참말 잘 모르겠다. 4346.10.23.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