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게 글을 쓴다

 


  누구나 이녁 이야기를 글로 쓰면 재미있다. 이녁 이야기 아닌 다른 이야기를 쓰면 그닥 재미있지 않다. 스스로 겪은 재미있는 삶을 스스로 즐겁게 쓸 적에 더없이 재미난 글이 된다.


  글을 쓰고 싶은 사람은 ‘글쓰기 강좌’를 들을 까닭이 없다. ‘글쓰기 길잡이책’을 읽을 까닭이 없다. ‘대학교 문예창작학과’를 나와야 글을 쓸 수 있지 않을 뿐더러, 이런 강의나 책이나 학교는 글쓰기하고 아주 동떨어질 뿐이다.


  왜냐하면, 글이란 삶인데, 다 다른 사람들 삶을 다 다른 사람들이 스스로 적바림할 때에 글이지, 어떤 틀이나 흐름에 맞추어 쓰도록 한다면, 이는 글이 아니라 ‘박제된 상품’이 된다. 스스로 겪은 삶이 있으니 글을 쓴다. 스스로 겪은 삶이 없으니 글을 못 쓴다. 스스로 겪은 삶이 있어 이 삶을 놓칠 수 없다 생각하면서 글을 쓴다. 스스로 겪은 삶이 있더라도 마음으로 아로새기며 지내겠다고 생각하면 굳이 글을 안 써도 된다.


  비정규직 노동자 이야기는 스스로 비정규직 노동자로 일하는 사람이 쓸 수 있다. 밀양 송전탑 이야기는 스스로 밀양사람 되거나 곁에서 송전탑 때문에 골머리 앓는 사람이 쓸 수 있다. 시골 이야기는 스스로 시골에서 살거나 시골을 자주 드나들며 시골빛 가슴에 담는 사람이 쓸 수 있다. 정치나 문화나 예술 이야기라고 한다면, 스스로 정치나 문화나 예술에 몸을 담는다든지, 이런 정치나 문화나 예술 언저리에서 맴도는 사람이 쓸 수 있겠지.


  삶이 재미있으면 글이 재미있다. 삶이 아름다우면 글이 아름답다. 삶이 사랑스러우면 글이 사랑스럽다. 글쓰기를 배울 노릇이 아니라, 삶을 아끼고 사랑할 노릇이다. 대학교 문턱 밟기보다 살림살이 알뜰살뜰 여미는 데에 마음 기울일 노릇이다. 사랑하며 살아가는 사람이 연필을 쥐면 저절로 글이 샘솟는다. 4346.10.23.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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