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하나와
부산 보수동 헌책방골목을 찾아와서 여러 책방에 들른다. 이곳에 들러 이 책들 만나고, 저곳에 들러 저 책들 마주한다. 문득 낯익은 이름 하나 보여 그림책 하나 집어든다. ‘모그’라는 이름이 낯익다. 책등에 적힌 작은 글씨를 따라 책을 꺼낸 뒤 책겉을 보는데, 아, 그래, 《깜박깜박 잘 잊어버리는 고양이 모그》라는 이름으로 나온 그림책 뒷이야기이다. 그래, 이렇게 뒷이야기가 있네 하고 재미있게 들여다본다. 이 그림책 그린 분은 맨 처음에 ‘고양이 모그를 만나 함께 살 수 있던’ 이야기를 그렸다. 아마, 이녁 나라에서는 모그 이야기를 더 많이 그려서 내놓았겠지. 한국에서는 모그 이야기는 꼭 한 권만 나왔다. 그러고 나서 2005년에 《모그야, 잘 가》라는 이름으로 두 번째 모그 이야기가 나왔구나 싶다. 그러나 이 그림책은 오래 사랑받지 못했다. 그만 판이 끊어졌다.
모그 이야기를 처음 내놓은 출판사에서는 왜 뒷이야기는 이어서 내놓지 않았을까. 이분 그림책이 그닥 사랑받지 못하기 때문일까? 그런데, 이 그림책 《모그야, 잘 가》를 읽어 보았으면 알 텐데 몹시 아름다운 이야기이다. 그림결이 보드라울 뿐 아니라 줄거리가 탄탄하다.
고양이 모그가 나이를 많이 든 뒤 조용히 숨을 거두고 나서 식구들이 어떤 마음이 되었고, 앞으로 어떤 새로운 삶을 만나는가 하는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뭐라고 해야 할까, 참 딱하다. 이 그림책이 새책방 책시렁에서 조용히 사라지는 일이 참 딱하다. 다른 출판사에서 애써 내놓아 주었으나 썩 잘 안 팔리니 쉬 판을 끊은 듯하다.
어쩌겠는가. 사라지는 책은 사라지겠지. 그렇지만, 헌책방이라는 책터가 있어 이 책 고맙게 만나 읽는다. 새책방에서는 사라지지만, 헌책방에는 곧잘 들어올 테며, 이 책을 장만한 우리 집에는 우리 아이들 언제까지나 이 책을 누릴 수 있다. 4346.10.20.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책과 책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