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살아가는 말 170] 납작산

 


  충청북도 충주 무너미마을에 있는 이오덕학교로 찾아가는 길에, 금왕읍 옆을 지납니다. 벌판이던 곳에 아파트를 높직하게 올리느라 부산합니다. 이 시골 읍내에 이렇게 높다란 아파트를 지으면 누가 이곳에서 살까 궁금하지만, 이곳으로 와서 살려 하는 사람이 많으니까 높직하고 커다랗게 많이 짓겠지요. 차를 얻어타고 아파트 공사터 옆을 지나가는데, 저를 태워 준 분이 “저기가 예전에는 납작산이래요.” 하고 이야기합니다. 멧자락이 하나 있었는데 높지 않고 납작하게 있대서 ‘납작산’이라 했다고 합니다. 이제 아파트숲으로 바뀔 저곳이 지난날에는 나즈막한 멧자락이었고 나무가 우거진 숲으로 푸른 모습이었다고 떠올릴 만한 시골사람이 얼마나 될까 잘 모르겠습니다. 지도책에도 안 나오는 이름이니 가뭇없이 사라지겠지요. 땅이름 숲이름 사라진 곳이 여기뿐이겠습니까. 시골사람이 오랜 겨레말로 수수하게 붙인 땅이름 숲이름 마을이름 모두 신라와 고려와 조선과 일제강점기 거쳐 한자말 이름으로 바뀌었어요. 오늘날에는 영어 이름으로 바뀌지요. 4346.10.19.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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