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고 또 쓰는 글

 


  들풀을 먹을 적에 쓰면 뱉고 달면 삼킨다고 한다. 먹을 수 있는 풀이라면 달고, 먹을 수 없는 풀이라면 쓰다. 버섯은 빛깔과 냄새로 살피기도 하지만, 풀은 입에 넣고 혀로 맛을 느끼면서 씹어서 조금 먹어야 먹을 만한지 안 먹을 만한지 알 수 있다. 웬만큼 쓰더라도 다른 보드라운 풀을 섞어서 먹으면 외려 몸에 더 좋기도 하다.


  책을 읽을 적에 풀먹기를 늘 떠올린다. 나한테 달다고 해서 아무 책이나 모두 받아들일 수 없다. 나한테 쓰다고 해서 아무 책이나 모두 손사래칠 수 없다. 책은 그저 책으로 읽는다. 생각해 보면, 풀도 그저 풀로 먹을 뿐, 쓰다고 덜 먹거나 달다고 더 먹지는 않는다. 먹을 만한 풀을 찾아서 먹고, 먹지 않을 만한 풀은 안 먹을 뿐이다. 읽을 만한 책을 찾아서 읽고, 읽지 않을 만한 책은 안 읽을 뿐이다.


  글을 쓸 적에 써야 하는 글을 쓴다.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이야기를 쓴다. 나 스스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쓴다. 내가 살찌우고픈 사랑을 글로 담고, 내가 북돋우고픈 꿈을 글로 엮는다. 써야 하는 글이 아닌데 써야 한다면 얼마나 괴로울까. 쓰고 싶지 않은데 쓰는 글이라면 얼마나 골이 아플까. 나 스스로 즐거우며 아름답고 사랑스럽게 하루를 빛내고 싶듯이, 글로 엮는 이야기 또한 내가 되읽거나 남이 읽거나 즐거움과 아름다움과 사랑스러움을 떠올릴 수 있기를 바란다. 글을 쓰는 마음이라면, 즐겁게 살아가고 싶은 마음이리라. 글을 쓰는 넋이라면 아름답게 꿈꾸고 싶은 넋이리라. 글을 쓰는 얼이라면 사랑스럽게 어깨동무하고픈 얼이리라. 4346.10.8.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글쓰기 삶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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