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093) 필사의 1 : 필사의 전쟁

 

작년 이맘때부터 한수와 내가 필사의 전쟁을 벌였던 풀, 그 단내 나게 한 주범 중 하나가 바로 쇠뜨기였다
《정화진-풍신난 도시농부, 흙을 꿈꾸다》(삶창,2013) 51쪽

 

  ‘작년(昨年)’은 ‘지난해’로 다듬고, “전쟁(戰爭)을 벌였던”은 “싸움을 벌였던”이나 “싸웠던”으로 다듬습니다. “주범(主犯) 중(中) 하나”는 “풀 가운데 하나”나 “녀석 가운데 하나”로 손볼 수 있습니다. 보기글 앞쪽에 ‘풀’이라 나오니, 뒤에서도 ‘풀’이라 하면 되고, 앞뒤를 다른 낱말로 가리키고 싶다면 ‘녀석’이라 할 수 있어요.


  ‘필사(必死)’는 “(1) 반드시 죽음 (2) 죽을힘을 다함”을 뜻한다고 합니다. 곧, 이 말뜻 그대로 쓸 적에 가장 알맞습니다. 국어사전에는 “필사의 운명”이나 “필사의 각오”나 “필사의 노력으로 최선을 다했다”나 “김학우는 필사의 안간힘을 쓰면서” 같은 보기글이 나와요. 국어사전 보기글은 모조리 ‘-의’를 붙입니다. 이 보기글은 “반드시 죽을 목숨(운명)”으로 손질하고, “굳센 다짐”이나 “죽을힘을 쏟아 매우 애썼다”나 김학우는 젖먹던 힘까지 안간힘을 쓰면서”로 손질할 수 있어요. ‘죽을힘’이나 ‘온힘’이나 ‘젖먹던 힘’이나 ‘안간힘’을 알맞게 넣으면 됩니다.

 

 필사의 전쟁을 벌였던 풀
→ 죽을힘을 다해 싸웠던 풀
→ 용을 쓰며 싸웠던 풀
→ 죽기살기로 싸웠던 풀
→ 온힘 다해 싸웠던 풀
→ 젖먹던 힘을 다해 싸웠던 풀
 …

 

  ‘죽을힘’은 국어사전에 실리지만, ‘온힘’은 아직 국어사전에 안 실립니다. ‘젖먹이’는 국어사전에 실려도 ‘젖먹다(젖먹던 힘)’ 꼴 또한 아직 국어사전에 안 실립니다. 이들 낱말은 ‘온 힘’이나 ‘젖 먹던 힘’처럼 띄어서 써야 할는지 모릅니다. 그렇지만, ‘죽을힘’도 처음부터 국어사전에 오른 낱말이 아니에요. 사람들이 널리 쓰면서 시나브로 오른 낱말입니다. 띄어쓰기에 얽매이지 말고, 마음을 나타낼 가장 알맞다 싶은 말을 생각하고 찾으면서 쓰면 됩니다. 앞으로 언제가 될는지 모르지만 ‘젖먹이힘’처럼 새 낱말 태어날 수 있어요. 4346.9.24.불.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지난해 이맘때부터 한수와 내가 죽기살기로 싸운 풀, 그 단내 나게 한 풀 가운데 하나가 바로 쇠뜨기였다

 

(최종규 . 2013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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