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무엇을 남길까
국토해양부에서 여덟 권짜리 책으로 두툼하고 커다랗게 만든 책꾸러미 《4대강살리기사업》을 헌책방에서 본다. 비매품으로 만든 책이니 새책방에 이 책이 있을 수 없다. 도서관에는 꽂힐까? 도서관에 가면 이 책을 만날 수 있을까? 국토해양부는 왜 이런 책을 만들어야 했고, 이런 책은 누구한테 읽힐 책이 될까? 도서관에서는 국토해양부에서 책을 받고 나서, 도서관 책시렁에 이 책을 오래도록 건사해야 할까? 이 책은 도서관 책시렁에 놓일 만한 값이 있을까? 국토해양부는 이 책을 내놓으면서 사람들한테 무슨 이야기를 들려줄 생각이며, 이 책이 앞으로 열 해나 스무 해나 쉰 해나 백 해 뒤에 살아갈 사람들한테 어떤 이야기로 스며들 값어치가 있을까?
모든 책에는 이야기가 담긴다. 국토해양부에서 여덟 권짜리로 만든 책꾸러미 《4대강살리기사업》에는 어떤 이야기가 담겼을까? 한 권씩 꺼내어 살피니 온통 도표와 통계와 사진으로 이루어진다. 이 도표와 통계와 사진은 무슨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을까? 처음 책을 마주할 때부터 손으로 한 쪽씩 넘기며 살피는 동안 자꾸자꾸 물음표만 나온다. 책을 덮고 나서도 물음표는 그치지 않는다.
이야기가 담긴 책은 나무를 살린다. 나무를 베어 종이를 얻고, 종이에 이야기를 실어 책으로 태어난다. 그러면, 국토해양부는 어떤 나무를 베어 어떤 종이를 얻은 뒤, 《4대강살리기사업》에 어떤 이야기를 실을 마음이었을까? 이 이야기는 이 나라에 어떤 사랑과 꿈을 북돋우면서 이 나라 삶과 사람들을 어떤 빛과 넋으로 보살필 만할까?
책으로 무엇을 남기는가. 우리는 책을 써서 무엇을 남기고 싶은가. 책으로 남기는 것들은 모두 값이나 뜻이 있는가. 날마다 새롭게 태어나는 책들은 아이들한테 무엇을 남기려는 마음을 담는가. 두 살이나 네 살 아이들은 아직 글을 모르니 이런 책을 읽지 못한다. 앞으로 열 살 더 먹어도 이런 책을 읽기 어렵다. 곧, 아이들은 스무 해쯤 뒤에나 《4대강살리기사업》 같은 책을 읽을 만한데, 아이들이 스무 해쯤 뒤에 《4대강살리기사업》 같은 책을 어떤 마음으로 읽어 주기를 바라는 오늘날 어른들인가. 4346.9.6.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책 언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