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과 함께 - 새 사진기 손에 쥐면서

 


  큰아이가 태어난 뒤부터 새 사진기를 장만하지 못하면서 지낸다. 그동안 쓰던 사진기는 낡고 닳아 더는 쓸 수 없다. 그렇지만, 둘레에서 사진기를 빌려주면서 사진찍기를 이을 수 있었다. 빌려서 쓰던 사진기도 차츰 낡고 닳아 못 쓸 만큼 되는데, 그때마다 부속품을 갈고 손질하면서 사진찍기를 잇는다.


  고치고 손질한 사진기가 하나둘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이제 내가 해야 할 일이란, 새 사진기 장만하기. 어떻게 장만할 수 있을까, 언제 장만할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하며 하루하루 지내는데, 형이 새 사진기를 장만해 준다. 새 기계를 만진 지 얼마만인가 하고 헤아리며 살살 쓰다듬는다. 낡은 사진기는 내부청소를 맡겨도 이내 먼지가 스며들어 ‘사진을 찍을 때마다 구석구석에 먼지 자국’이 함께 찍혔다. 새 사진기는 새로 쓰는 사진기인 만큼 ‘하늘에 대고 사진을 찍어도 티끌 하나’ 보이지 않는다.


  하늘빛을 사진으로 담으며 살그마니 응어리가 풀린다. 요 몇 해 동안 사진을 찍으며 ‘먼지가 안 찍히’도록, 또 ‘사진기 거울에 생긴 티끌이 드러나지 않’도록 하려고 요모조모 살피며 찍느라 애먹던 앙금이 풀린다. 새 디지털사진기인 만큼, 예전 디지털사진기보다 화소수 높아 한결 또렷하게 보인다.


  아이들이 새 신을 얻어 신을 적에도 이런 느낌일까. 아이들이 새 옷을 선물받아 처음 입을 적에도 이런 빛일까. 4346.9.1.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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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3-09-01 07: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게 말씀하셔서 그런지 고추밭의 빨간 고추까지 정말 사진이 더 또렷해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요 ^^ 저도 제 아이 태어나던 해 (2001년) 구입한 사진기를 아직도 쓰고 있답니다. 고맙게도 아직 잘 버텨주고 있네요.
새로운 사진기가 앞으로도 함께살기님이 보여주고 싶은 것, 하고 싶은 말들에 날개를 달아주겠지요.

숲노래 2013-09-02 06:38   좋아요 0 | URL
잘 건사하시니 오래오래 쓰시겠네요.
저는 한 해에 여러 만 장을 찍다 보니
사진기 부품이 곧 낡고 닳아서
몇 해를 쓰면 아주 바스라지고 맙니다 ^^;;;
이 사진기로는 아마 서너 해쯤 쓸 수 있으리라 생각해요~

appletreeje 2013-09-01 2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가에게 사진기는 또 하나의 '눈'이겠지요.
형님께서 선물하신 새 사진기로, 그동안의 애먹던 앙금이 풀린다는 말씀에 저까지
참으로 기쁘고 감사합니다.^^
문득, 새로 맞춘 안경을 끼고 바라본 세상이 너무나 환하고 맑았던 그 기쁨이 생각납니다~ 보슬비님의 말씀처럼 앞으로 얼마나 아름다운 사진과 이야기가 무럭무럭 자랄까 저도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숲노래 2013-09-02 06:37   좋아요 0 | URL
앞으로 즐겁게 두고두고 잘 써야지요.
한결 맑은 눈 되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