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떼

 


  제비떼를 본다. 너른들 펼쳐진 곳에서 늦여름 제비떼를 본다. 문득 깨닫는다. 이 제비떼는 곧 한국을 떠나 태평양 가로질러 중국 강남으로 가려는구나. 이렇게 모여서 다 함께 움직이는 나들이길을 살피려는구나.


  요즈음 사람들은 제비떼는커녕 제비 구경조차 못 한다. 아니, 안 한다. 요즈음 하나같이 먹고살기 바쁘거나 힘들다 하면서 ‘제비 보러’ 다니는 사람이 어디에 있는가? 먼 옛날 놀부는 동생 흥부 흉내를 내면서 제비를 붙잡아 다리를 똑 부러뜨리려 했는데, 요사이는 흥부 같은 사람도 놀부 같은 사람도 없다. 제비가 사람과 얼마나 오랫동안 사귀며 함께 살아왔는지 하나도 헤아리지 않는다.


  제비가 도시에서 사라진 줄 안 느끼는 사람이 아주 많다. 제비가 시골에서조차 사라지려는 줄 안 깨닫는 사람이 매우 많다. 고속철도를 놓거나 4대강사업을 꾀할 적에 ‘제비 걱정’을 한 공무원이나 개발업자나 교수님이나 지식인이나 기자가 있었을까? 유기농업이나 친환경농업이나 자연농업을 한다고 밝히면서 정작 ‘제비 생각’을 하는 흙일꾼이나 농협 일꾼이 있을까?


  아예 없지는 않으리라 본다. 아름답게 생각하고 슬기롭게 헤아리는 이웃은 틀림없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부디, 몇몇 이웃만 아름답거나 슬기롭지 않기를 빈다. 모든 이웃이 저마다 아름답고 슬기롭기를 빈다. 제비가 찾아오는 도시가 될 때에 비로소 살아갈 만한 아름다운 터전이 된다. 제비가 날아드는 들판이 될 적에 누구도 맛나거나 즐겁게 먹을 수 있는 곡식이 알차게 맺는 마을이 된다.


  제비가 찾아오는 시골은 제비를 아낄 노릇이다. 제비가 안 찾아오는 마을은 제비가 다시 찾아오도록 삶터를 정갈하고 깨끗하며 맑게 고칠 노릇이다. 4346.8.26.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책과 헌책방과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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