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미역
새벽에 일어나 아침거리를 살핀다. 오늘은 어떤 밥 차릴까 헤아리다가 마른미역을 잘라 물에 불린다. 맛있게 잘 먹을 수 있도록 즐겁게 차리자고 생각한다. 얼린 떡도 끊어서 불린다. 이것도 저것도 잘 먹을 수 있기를 바란다.
엊저녁 잠자리에 들며 곰곰이 돌아보았다. 날이면 날마다 온 마을이 농약투성이요 농약범벅인데 이 꼴을 어찌할 노릇인가 하고 돌아보았다. 다음주에 또 한다는 항공방제 때에는 아예 아이들 데리고 멀리 나들이를 가야겠구나 싶지만, 이렇게 농약 없는 데로 떠돌기만 할 수 있을까. 어디를 가든 농약에서 홀가분할 수 있을까. 농약이 없는 데에는 더 끔찍한 자동차 배기가스가 도사리지 않는가.
그런데, 아침에 불린 이 미역도 어떤 미역인지 알 길이 없다. 내가 스스로 바다에서 건져 말린 미역이 아니라면, 염산을 썼는지 황산을 썼는지 모른다. 사람들이 흔히 먹는 여느 김은 온통 염산을 뒤집어쓴다. 김을 키우는 바닷마을에 가 보면 커다란 염산통이 여기저기 구른다. 바닷마을 사람들이나 바닷마을과 가까운 들마을 사람들은 염산통을 물통으로 삼기도 한다. 빈통을 잘 씻어서 말리면 ‘사람 몸에 안 나쁘다’고 할 만한가. 빈통이 염산을 담았건 붕산을 담았건 우라늄을 담았건 석유를 담았건 아랑곳하지 않아도 될까.
우리는 무얼 먹으며 살아가는 사람일까. 우리 몸은 무엇으로 이루어질 때에 아름다울까. 어른인 사람들은 아이들한테 무엇을 먹이고, 아이들과 살아갈 이 터가 어떤 보금자리와 마을이 되도록 마음과 힘을 쏟는가.
‘사람 몸에 안 나쁘다’고 하는 농약으로 어떤 ‘나쁜 벌레’를 죽이려 할까. 자동차 배기가스와 공장 매연은 사람 몸에 어떻게 스며들까. 골프장에서 쓰는 농약은 사람 몸하고 어떻게 이어질까. 농약을 칠 적에 잠자리와 나비와 매미와 개구리와 작은 새들이 모조리 죽는다면, 이 농약을 치는 이 나라를 어떻게 여겨야 할까.
아이들이 아름다운 밥 먹으며 아름다운 숨결 잇기를 빈다. 아이들과 살아가는 나 또한 아름다운 생각 지으며 아름다운 삶 일구기를 바란다. 4346.8.7.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책과 헌책방과 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