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빛 책읽기

 


  풀잎마다 이슬빛이 다르다. 이슬마다 모양과 무늬가 다르다. 이슬은 하늘이 들풀한테 베푸는 아침선물일까.


  이슬을 보려면 흙이 있어야 한다. 흙이 있다면 풀이 돋는다. 이슬이 돋는 풀이 자라는 흙이 있다면, 이 흙터가 조금 넉넉하다 할 적에는 아이들 놀이터가 되고, 어른들은 이곳에 무언가 심으려고 하리라. 아이들로서는 조그맣더라도 놀이터를 얻고픈 마음이고, 어른들로서는 조그맣더라도 텃밭을 삼고픈 마음이다. 그러나, 텃밭 얻으려는 어른보다는 자동차 댈 빈터 얻으려는 어른이 더 많으리라 본다.


  바짓가랑이가 이슬에 젖도록 바지런히 일하는 사람은 뜻을 이룬다는 말을 어릴 적부터 들었다. 그런데 요즘 도시사람 가운데 바짓가랑이에 이슬 묻히는 사람 있을까. 이슬 묻을 만한 흙터가 없다시피 한데다가, 으레 자가용이나 버스나 전철로 움직여 버릇하니, 바짓가랑이에 이슬은커녕 흙알갱이 하나 묻을 겨를이 없다.


  개미들 볼볼 기는 모습 하염없이 바라보며 놀 수 있듯, 아침해가 뜨며 천천히 사라지는 이슬 오래오래 들여다보며 놀 수 있다. 비가 오지 않아도 맺히는 이슬을 바라보며 어릴 적부터 이렇게 생각하곤 했다. 풀은 이렇게 잎사귀에 이슬이 맺히니 조금이나마 아침에 목을 축이며 뜨거운 햇볕 견딜 수 있을까 하고. 4346.7.26.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삶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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