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을 찍는 사진사
강종진 지음 / 해뜸 / 2007년 5월
평점 :
품절


 

 

 

내 삶으로 삭힌 사진책 60

 


사진으로 할 수 있는 일

― 느낌을 찍는 사진사
 강종진 글
 해뜸 펴냄,2007.5.10./12000원

 


  멋진 모습을 사진으로 찍을 수 없습니다. 사람들마다 멋지다고 느끼는 모습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아름다운 모습을 사진으로 담을 수 없습니다. 때와 곳에 따라 느끼는 아름다움이 늘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사진기 손에 쥔 이들은 멋진 모습을 자꾸 찍으려 합니다. 멋진 모습을 찍을 수 없는 줄 깨닫지 않습니다. 더 나은 장비를 갖추고 손놀림을 새롭게 익히면 멋지다 싶은 모습을 사진으로 찍을 수 있는 줄 잘못 생각합니다.


  아름답다 싶은 모습을 사진으로 담으려는 이들도 이와 같아요. 아름답다 싶은 모습은 사진으로 담지 못해요. 제아무리 대형사진기를 쓰거나 이름난 스승한테서 사진을 배운다 하더라도 아름답다 싶은 사진을 만들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멋진 모습이건 아름다운 모습이건, 내 마음속에 있지 내 바깥에 있지 않아요. 내 마음속을 담는 사진이라면 멋지거나 아름다운 모습 얼마든지 보여줄 테지만, 내 바깥에 있는 모습에 얽매여서는 어떠한 것도 제대로 담지 못해요.


.. 이 책은 그런 의미에서, 파시체 앞에 선 직접 경험자로써의 사진가가 갖는, ‘느낌으로 사진을 찍는다’는 생각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기회를 제공하며 사진을 감상할 사람들에게 무엇을 말할 것인지, 어떻게 전할 것인지에 대한 결정을 도울 수 있는 사례들을 보여준다 … 마주보며 활짝 웃는 엄마와 아이의 사진에서 ‘사랑’과 ‘행복’을 발견할 수 있고, 패션모델이나 싱그러운 아침햇살이 비치는 감미로운 침실의 모습에서 ‘아름다움’과 ‘평화로움’을 읽을 수 있다. 사랑, 행복, 아름다움, 평화로움 등의 형태가 없는 추상명사가 피사체가 되는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  (9, 14쪽)


  사랑을 생각하면서 사랑을 마음으로 아낄 때에 시나브로 사랑스러운 눈길이 되고 사랑스러운 손길로 움직입니다. 이때에는 어떤 사진기를 손에 쥐어 어떤 모습을 찍더라도 사랑스러운 이야기가 감돕니다. 파리 한 마리를 찍든 개미 두 마리를 찍든 나비 세 마리를 찍든 사랑스러운 이야기를 빚어요.


  사랑을 생각하지 않고 사랑을 마음으로 아끼지 않으면 사랑스러운 눈길이나 손길이 되지 못하고 말아, 애틋하게 입을 맞추거나 부둥켜안은 사람들을 사진으로 찍더라도 사랑스러운 이야기를 길어올리지 못합니다. 그저 ‘입맞춤 사진’이나 ‘껴안는 사진’을 찍을 뿐입니다.


  곧, 아름다움을 사진으로 담으려 한다면, 언제나 아름다움을 생각해야 합니다. 언제나 아름다움을 생각하면서 아름다운 삶을 마음 깊이 아끼며 시나브로 아름다운 넋과 몸짓과 얼과 매무새 되면서 천천히 사진기를 손에 쥐어야, 비로소 아름답다 싶은 모습이 무엇인가를 깨달아 사진 한 장 얻어요. 멋진 모습을 사진으로 찍을 때에도 이와 같습니다.


  사진학교에서 가르치는 사진이 아니라, 스스로 삶으로 깨달을 사진입니다. 사진책이나 사진교재로 배우는 사진이 아니라, 스스로 삶을 짓고 일구면서 알아차려 누리는 사진입니다.


  마음속에 평화로움이 없이 어찌 ‘평화’를 사진으로 보여주겠어요. 마음속에 민주와 통일과 평등이 감돌지 않고서야 어찌 ‘민주’와 ‘통일’과 ‘평등’을 말하는 사진을 빚겠어요.


.. 장미꽃이 보인다는 것은 꽃을 이루는 물질들이 지니고 있는 숨겨진 속성들을 보는 것이다 … 실제로 사진을 통해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사진가는 왜 그런 감정을 갖게 되었는지, 어떻게 표현할 것인지, 무엇을 표현하고자 하는지, 감상자는 무엇을 느끼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며 ..  (16, 51쪽)

 

 

 

 

 

 

 


  스스로 가난이 무엇인지를 깨달으며 살아가는 사람일 때에 ‘가난한 이웃’이 어떤 ‘가난한 삶’인가를 온몸 깊이 돌아보면서 사진이야기 하나로 빚습니다. 가난하니까 불쌍하게 바라볼 이웃이 아니에요. 가난하대서 가엾게 생각할 동무가 아니에요. 가난하건 가멸차건 똑같은 이웃이며 동무입니다.


  생각하고 생각해야 해요. 은행계좌에 10억 원이나 100억 원이 있는 사람은 안 불쌍하거나 안 가엾을까요? 은행계좌에 돈은 잔뜩 있지만, 돈을 더 긁어모으려고 악을 쓰는 이들은 안 불쌍하거나 안 가엾을까요? 주머니에 가득한 돈을 나눌 줄 모르는 모습이야말로 불쌍하거나 가엾지요.


  그래서, ‘가난함’을 보여주는 사진은, 옷차림이 후줄근하거나 살림집이 꾀죄죄해 보이는 모습을 찍는 사진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마음이 가난한 사람을 알아채어 ‘가난’이란 무엇인가 하는 참모습을 밝히는 사진이 되어야 합니다. 그러니까, 사랑이 무엇인가 하는 참모습을 밝힐 때에 사랑스러운 사진이 되고, 아름다움이 무엇인가 하는 참빛을 밝힐 적에 아름다운 사진이 돼요.


.. 분위기를 만드는 작업은 사진가의 몫이며 의지의 표현이다. 디지털카메라와 핸드폰카메라가 보편화된 후 젊은이들 사이에 ‘얼짱각도’라는 신조어가 유행한다. 즉 ‘셀카’라 별칭 되는 ‘셀프 포트레이트’ 촬영기법에 관심이 몰리면서 자기 모습의 촬영 각도 중 가장 아름답게 혹은 멋지게 찍히는 카메라의 위치와 표정을 찾아내는 것이다. 수십 수백 차례 찍고 지우기를 반복하여 찾아낸다 … 그림자는 빛의 상대개념으로 어두움을 의미하지만, 빛에 의해 생성되며 빛과 동시에 표현되기 때문에 빛의 또 다른 모습이고, 빛과 그림자는 상호지원 기능을 한다 ..  (52∼53, 67쪽)


  사랑을 부르기에 사진입니다. 꿈을 부르니 사진입니다. 이야기를 부르니까 사진입니다. 그리고, 또 생각해 보아요. 무엇을 부를 수 있는 사진일까요. 무엇을 부르면 즐거울 사진이 될까요. 무엇을 부르면서 살아가는 내 하루가 되면, 내 사진은 어떻게 거듭나거나 다시 태어날 만할까요.


  이 자리에서는 ‘사진’을 말하지만, ‘사진’을 ‘그림’과 ‘글’과 ‘노래’라는 낱말로 바꾸어 생각해도 언제나 똑같습니다. ‘집살림’이라든지 ‘회사일’ 같은 낱말을 넣어서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연애’와 ‘학문’ 같은 낱말을 넣으며 생각할 수도 있어요. ‘주식투자’라든지 ‘스포츠’ 같은 낱말을 넣으면서 생각해도 되지요.


  우리 삶 모든 모습을 ‘사진’을 바탕으로 읽을 수 있습니다. 거꾸로, 우리 삶 모든 모습을 바탕으로 사진을 읽을 수 있어요.


  삶을 읽을 때에 사진을 읽고, 삶을 못 읽을 때에 사진을 못 읽어요. 삶을 즐길 때에 사진을 즐기고, 삶을 못 즐길 때에 사진을 못 즐겨요. 삶을 사랑하는 사람이 사진을 사랑할 수 있어요. 삶을 꿈꾸는 사람이 사진을 꿈꿀 수 있지요. 사진과 함께 살아가려는 사람이란, 삶을 아름답게 느끼고 사랑스레 가꾸는 사람입니다.


.. 외무부 지정 여권사진 규격에 의한 증명사진 촬영이 아닌 한, 사진도 마찬가지로 사진가와 감상자가 공감대를 형성하고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정확하게 효과적으로 전달되도록 하기 위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 완성된 사진에서 촬영시의 감동이 약화되는 이유는 사진가가 현실로부터 얻은 직접경험에 의한 감동과 느낌을 차원변환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몇 가지가 누락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  (72, 76쪽)

 

 

 

 


  강종진 님이 사진이론을 펼친 《느낌을 찍는 사진사》(해뜸,2007)를 읽습니다. 조금 더 쉽고 수수하며 가붓한 말마디로 사진이론을 펼치면 한결 나았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만 한 깊이와 눈썰미로 사진이론 펼치는 한국 사진작가는 퍽 드물어요. 책이름에 적은 “느낌을 찍는 사진사”라는 말처럼, 사진쟁이는 “느낌을 찍”어요. 다른 것을 찍지 않습니다. 아니, 다른 것은 못 찍어요. 사진을 찍는 사람으로서 늘 헤아리는 “내 느낌”을 찍습니다. 다른 사람 느낌이 아니라 “내 느낌”을 찍는 사진이에요.


  그러면, 내 느낌이란 무엇인지 생각해야지요. 내 느낌이란 “내 삶”입니다. 다른 사람 삶이 아닌 내 삶이기에 내 느낌입니다. 나 스스로 하루하루 살아가는 모습이 고스란히 내 이야기 되고, 내 꿈 되며, 내 사랑 되지요. 이러한 이야기와 꿈과 사랑을 헤아려서 “내 느낌”이 어떤 빛과 그림자 되어 내 사진으로 태어날 만한가 하고 살핍니다.


.. 사진가는 상상과 관념의 세계로부터 형성된 생각과 주관을 통하여 현실세계를 사진으로 번역해 내는 작업을 해야 한다 … 그러나 사진 속에는 보이지는 않지만 느껴지는 메시지가 있다. 감상자가 한 장의 사진을 통해 가슴으로 볼 수 있는 메시지이다 ..  (77, 93쪽)


  느낌을 찍어야 사진입니다. 다른 말로 하자면, 이야기를 찍어야 사진입니다. 새로운 말로 하자면, 사랑을 찍어야 사진입니다. 그리고, 마음을 찍어야 사진이에요.


  느낌도 이야기도 사랑도 마음도 찍지 못한다면 사진이라는 이름이 걸맞지 않습니다. 느낌과 이야기와 사랑과 마음을 한동아리로 아름답게 엮어서 빛과 그림자를 정갈하게 드리울 때에 사진이 태어납니다.


  느낌을 쓰지 못하면 글이 아니에요. 사랑을 그리지 못하면 그림이 아니에요. 이야기를 부르지 못하면 노래가 아니에요. 마음을 추지 못하면 춤이 아니에요. 삶을 밝히지 않다면 삶이 아니고, 삶을 돌보지 않으면 그야말로 삶이 아닙니다.


.. 사진은 촬영자의 말이다. 비록 셔터를 누른 이후의 광학적 화학적 물리적 기록프로세스는 자동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지만, 셔터를 누르기 직전까지의 모든 선택은 사진가의 의지에 달려 있다 … 컨셉과 목적과 의도가 분명한 사진이라면 연출이건 합성이건 사진가 고유의 창작행위이자 방법론이므로 표현의 자유를 보호받을 수 있다 ..  (95, 98쪽)

 

 

 

 


  신문기자라 하더라도 “신문사 느낌”을 찍지 못합니다. 신문기자로 일하는 내 느낌을 찍습니다. 무엇보다 “신문사 느낌”이란 없어요. 언제나 내 느낌일 뿐입니다. ㅈ신문에서 일하건 ㅎ신문에서 일하건, 사진기자로 찍는 사진은 “신문사 주관과 잣대와 논조”를 보여주는 사진이 아니라, 신문기자로 살아가는 사람이 “느낀 이야기”를 보여주는 사진이에요.


  참모습을 가리는 사진을 찍는다면, 그 신문사가 참모습을 가리기 때문이 아닙니다. 신문기자 스스로 참모습을 가립니다. 감춰진 모습을 캐내어 밝혔다면 그 신문사가 감춰진 모습을 캐내어 밝혔기 때문이 아닙니다. 신문기자 스스로 감춰진 모습을 캐내어 밝힙니다.


  그럴듯한 모습만 찍는 사진기자가 있다면, 사진기자 이녁 스스로 그럴듯한 겉모습에 치우쳤다는 뜻입니다. 눈물겹거나 웃음나는 사진을 찍는 사진기자가 있으면, 사진기자 이녁 스스로 눈물겹거나 웃음나는 삶을 사랑한다는 뜻입니다.


  어느 사진을 보든, 사진 찍은 사람 삶이 드러납니다. 어느 사진에서든, 사진 찍는 사람 마음과 생각과 사랑이 환하게 나타납니다.


.. 사진이 예술인가 아닌가 하는 질문 또한 오랫동안 논의되어 왔다. 그 이유는 사진이 창조적인 작업인가 현실의 단편적 기록일 뿐인가라는 의문에 명확한 해답을 제시하지 못한 탓이라 하겠다 ..  (106쪽)


  사진을 예술이라고 여긴다면 사진은 예술입니다. 사진을 빛이라고 여긴다면 사진은 빛입니다. 스스로 생각하는 대로 사진이 달라집니다. 스스로 아끼고 마음을 기울이는 대로 사진이 거듭납니다.

  사진은 그저 사진이라고 여기면 사진은 그저 사진이지요. 그럼, 그저 사진인 사진이란 또 무엇일까요? 사진기를 손에 쥔 사람들 스스로 사진을 생각하고 톺아보면서 사진빛을 갈무리하면 좋겠습니다. 다 다른 사람들이 다 다른 생각을 꽃피워 다 다른 삶을 빛내는 사진길 걸어가면 좋겠습니다. 4346.6.29.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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