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만나는 나의 자연 노트 5 : 정원의 곤충들 처음 만나는 나의 자연 노트 5
올리비아 쿠스노 지음, 이세진 옮김 / 달리 / 2012년 8월
평점 :
품절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281

 


벌레와 함께 살아가는 사람
― 처음 만나는 나의 자연노트 5 정원의 곤충들
 올리비아 쿠스노 글·그림,이세진 옮김
 달리 펴냄,2012.8.13./7800원

 


  올리비아 쿠스노 님이 빚은 그림책 《처음 만나는 나의 자연노트 5 정원의 곤충들》(달리,2012)은 스티커책입니다. 우리 곁에서 쉬 만날 만한 벌레 아홉 가지를 차근차근 보여주면서, 빈 그림에 스티커를 붙여서 짝맞추기를 하도록 이끕니다.


  오늘날 사람들은 거의 모두 도시에서 지냅니다. 시골 읍내나 면소재지도 도시하고 같은 터전입니다. 숲이나 멧자락이나 바다나 들 곁에서 지내지 않으면 모두 도시사람입니다. 두멧시골 읍내에는 제비집이 아직 있습니다만, 제비집보다 자동차가 훨씬 많고, 사마귀나 쇠똥구리가 깃들 보금자리가 마땅히 없어요.


  지난날 ‘돈벌레’라고도 했다는 바퀴벌레는 으레 도시에서 살아갑니다. 나는 시골에서 지내며 바퀴벌레를 본 적 없습니다. 시골이라서 바퀴벌레가 없을 까닭은 없을 텐데, 바퀴벌레로서는 시골집에 굳이 기어들지 않으리라 싶기도 해요. 풀밭과 수풀에서 먹이와 보금자리 넉넉히 얻을 테니까요.


  아무래도 우리 아이들은 벌레나 새나 작은 짐승들을 늘 보고 부대끼니, 《처음 만나는 나의 자연노트》에 나오는 벌레들이 익숙합니다. 어렵지 않게 짝맞추기를 합니다. 귀엽게 그린 벌레 모습을 찬찬히 들여다보면서 빈자리에 그림도 그려 넣습니다. 그런데, 스티커를 붙이고 빈자리에 그림을 그리고 나면, 그닥 할 것이 없어요. 그림은 예쁘고, 스티고 떼어서 붙이기는 재미있지만, 예쁜 그림과 붙이기 놀이에 이어지는 이야기까지 이 그림책에 담지는 못합니다.


  따로 이야기가 없으면, 어버이가 곁에서 그림마다 새 이야기를 지어서 들려줄 수 있습니다. 아이 스스로 이야기를 꾸며서 읽을 수 있습니다. 남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하나하나 새겨도 즐거울 테지만, 우리가 누릴 이야기를 우리가 스스로 지어서 새겨도 즐거워요. 그리고, 스스로 이야기를 지어서 새길 만하다면, 책을 덮고 들이나 숲이나 바다로 가서 뛰놀면 됩니다. 들판에서 신나게 달리고, 나무그늘에서 느긋하며 쉬며, 바닷가에서 개구지게 뒹굽니다. 우리를 둘러싼 작은 숨결이 어떻게 지내는가 눈으로 보고 귀로 들으며 살갗으로 느낍니다.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작은 숨결이 어떤 빛이요 넋인가를 가만히 지켜보며 마음으로 받아들입니다.

 

 


  마당이 있고 집안에 나무 한 그루 있으며 풀섶 이루어졌으면, 이곳에서 나비가 알을 낳아 새 어린나비 깨어날 수 있습니다. 집안 마당에서 나비 한 마리 깨어날 수 있으면, 어른도 아이도 늘 나비춤 만나요.


  집에 나무 한 그루 우람하게 자라면, 이 나무에 멧새가 찾아와서 깃들어요. 나무 한 그루 있기에 새소리를 듣고, 싱그러이 아침을 맞이합니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나뭇잎 건드리는 소리를 들어요. 바람 따라 나무가 살살 흔들리면서 내는 소리를 들어요. 흐뭇하게 마음을 열고, 차분하게 생각을 가다듬습니다.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한테도 하루를 쉬며 느긋하게 삶을 돌아볼 만한 나무그늘 있으면 좋겠어요. 나무그늘에서 하늘빛 느끼고, 저녁노을 바라보며, 벌레들 볼볼 기는 모습 지켜본다면 좋겠어요. 너무 바쁘지 않기를 빌고, 사람 곁에 수많은 목숨들 있어 사람들 삶터가 아름다울 수 있는 줄 깨닫기를 빌어요. 4346.6.28.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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