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의 새 - 61종 한국 생물 목록 4
김성현 외 지음 / 자연과생태 / 2012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환경책 읽기 44

 


사라지는 새와 나무와 어린이
― 멸종위기의 새
 김성현·김진한·허위행·오현경·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 글·사진
 자연과생태 펴냄,2012.11.26./22000원

 


  큰도시에 둥지를 마련하는 제비는 거의 모두 사라졌습니다. 아직 몇 마리 있을는지 모르나, 제비는 큰도시하고는 아주 발을 끊는다고 느낍니다. 작은도시하고도 웬만하면 발을 끊지 싶어요. 참으로 먼길 날아다니는 제비인 만큼, 하늘을 날며 마셔야 할 바람이 지저분한 도시 언저리에서는 그야말로 숨이 막히겠지요.


  그런데 큰도시에는 참새와 비둘기가 퍽 많고 까치도 곧잘 깃듭니다. 직박구리나 박새도 더러 깃들고, 딱따구리 가운데에도 도시 한쪽에 깃드는 아이들이 있어요.


  어느 모로 보면 배짱 좋네 싶고, 달리 보면 이 새들로서는 먼먼 옛날부터 ‘이녁(새) 어버이’가 살아가던 터예요. 오늘날에는 도시가 되었지만 지난날에는 숲과 들이었을 테니, 옛터와 옛 어버이를 헤아리면서 도시에서 안 떠난다고 할는지 모를 일입니다.


.. 작년 이맘때 만났던 새들이 올해도 또 올까? 궁금증에, 그리움에, 보고 싶은 설렘까지 겹쳐 야외로 마중을 갑니다. 약속이나 한 것처럼 다시 나를 만나러 온 녀석들이 기특하고 고맙기도 합니다 ..  (머리말)

 


  거의 모든 새들은 도시를 떠납니다. 아니, 거의 모든 새들은 도시에서 쫓겨납니다. 거의 모든 들짐승도 도시를 떠납니, 아니, 거의 모든 들짐승도 도시에서 쫓겨났어요. 수많은 딱정벌레와 풀벌레도 도시에서 쫓겨났어요. 도시에서 풀과 꽃과 나무가 밀리고 쫓기고 밟히면서, 딱정벌레와 풀벌레가 도시에서 밀리고 쫓기고 밟혀요. 이러면서 들짐승과 새도 나란히 도시에서 밀리고 쫓기고 밟혀요.


  잘 생각해 봐요. 풀·꽃·나무가 밀리고 쫓기고 밟히는 곳에서 사람들은 어떻게 지내는가를. 곰곰이 헤아려 봐요. 딱정벌레·풀벌레가 밀리고 쫓기고 밟히는 데에서 사람들은 어떤 대접을 받고 서로 어떻게 지내는가를. 찬찬히 따져 봐요. 들짐승·멧새 밀리고 쫓기고 밟히는 도시에서 사람들은 저마다 어떤 삶 일구면서 어떤 사랑이 자라는가를.


  풀이 돋지 못하는 시멘트땅과 아스팔트길에서 사람 또한 여름에는 너무 덥고 겨울에는 끔찍하게 춥습니다. 꽃이 흐드러지지 못하는 도시에서 사람 또한 철을 잊고 날씨를 모릅니다. 나무가 우람하게 뻗지 못하는 도시에서 사람들 누구나 아름다움과 착함과 즐거움하고 동떨어져요.


  어떤 곳에서 사람이 가장 사람답게 살 수 있을까 생각해야지 싶습니다. 어떤 자리에서 사람이 서로를 가장 아끼고 돌보며 사랑할 만할까 헤아려야지 싶습니다. 어떤 보금자리에서 착한 사람 되어 참다운 삶 일굴는지 돌아보고 따지고 살펴야지 싶습니다.


  아름답게 살아갈 때에 아름답게 생각하고 아름답게 말합니다. 착하게 살아갈 적에 착하게 생각하며 착하게 말합니다. 즐겁게 살아가야 즐겁게 생각하면서 즐겁게 말해요.


  오늘날 사람들 마음과 생각과 말과 매무새는 어떠한가요. 오늘날 사람들 마음은 아름다운가요. 오늘날 사람들 생각은 환하거나 밝은가요. 오늘날 사람들 말과 글은 사랑스럽거나 따스한가요. 오늘날 사람들 매무새는 기쁨과 웃음이 넘치는가요.


..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새들을 만나고 그 이름을 하나하나 알아가는 것은 매력적인 일입니다. 그다지 땅덩이가 넓은 나라는 아니지만, 계절마다 텃새, 여름철새, 겨울철새, 나그네새 등 약 520종의 다양한 새들이 함께 살아가니 참으로 살기 좋은 우리 나라입니다 ..  (머리말)

 

 


  《멸종위기의 새》(자연과생태,2012)를 아이들과 함께 읽습니다. 책에 깃든 새 예순한 가지를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이 가운데 전남 고흥 시골마을에서 마주칠 만한 새로 누가 있을까 궁금합니다. 우리 집 둘레에 어떤 새들이 깃들까 궁금합니다.


  《멸종위기의 새》에는 안 나오지만, 꾀꼬리 구경하기도 아주 어렵습니다. 꾀꼬리 노랫소리 듣기도 힘들고, 꾀꼬리 노란 깃털 마주치기도 힘들어요. 따오기뿐 아니라 뜸부기도 어디에서 볼 수 있을까 모르겠어요. 아이들한테 매나 수리를 어떻게 이야기해야 할까 모르겠어요.


  그림책이나 사진책에서만 보는 새로는 아무런 이야기가 나올 수 없어요. 지난가을부터 고흥 들판에서 더러 매처럼 보이는 새를 보는데, 매라기보다는 누렁조롱이 아닌가 싶어요. 매는 내가 국민학생이던 1980년대 첫머리에 인천에서도 가끔 보곤 했지만, 이제는 깊은 시골이나 멧골에서조차 쉬 만나기 어렵습니다.


.. 제비, 참새처럼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던 새들이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동요에 나오는 따오기를 이미 야생에서 볼 수 없게 된 지 오래되었습니다 … “새들이 살 수 없는 곳은 사람들도 살 수 없다”는 말처럼 우리와 후손을 위해 새들을 지키고 보호하는 이들이 많아지길 바랍니다 ..  (머리말)

 


  새가 사라지고 나무가 사라집니다. 여기에, 어린이가 함께 사라집니다. 고샅과 골목과 들과 숲과 바다와 냇가에서 뛰노는 어린이가 나날이 사라집니다. 새들이 살 보금자리도 사라지지만, 어린이가 뛰놀 쉼터와 빈터와 놀이터 몽땅 사라집니다. 어린이가 사라지면서 놀이가 사라집니다. 딱지를 접을 줄 모르는 아이들이 늘고, 연을 만들 줄 모르는 아이들이 늡니다. 흙바닥에 금을 긋고 수백 가지 놀이를 새로 만들던 생각빛이 사라집니다. 게임기와 만화영화는 늘지만, 아이들 스스로 지어서 부르던 놀이노래 사라집니다.


  어린이는 이제 새를 그리지 않습니다. 어린이는 이제 풀도 꽃도 나무도 그리지 않습니다. 도시 학교에서는 새와 풀과 꽃과 나무를 만나기 어렵습니다. 그림학원이나 미술학원에서는 도시에서 흔히 쓰는 물건을 그릴 뿐이고, 화가나 만화가 되어도 새와 풀과 꽃과 나무 그릴 일이 없습니다. 자동차와 건물과 고속도로와 탱크와 총칼을 멋들어지게 그리는 아이들이 많지만, 새와 풀과 꽃과 나무를 싱그럽고 해맑게 그리는 아이들은 만나기 어렵습니다.


  아니, 아이들에 앞서 어른들도 새를 말하지 않고 풀과 꽃을 말하지 않아요. 어른들부터 나무를 말하지 않고, 시골과 숲과 들을 말하지 않아요. 아이들이 물장구를 칠 냇가가 없듯, 어른들이 도란도란 모여서 어울릴 냇가도 없어요. 아이들이 뒹굴 나무그늘이나 흙땅 같은 빈터와 쉼터가 없듯, 어른들이 하루일 마치며 느긋하게 이야기꽃 나누는 마당이나 쉼터 또한 없어요.


  새가 사라지는 한국에 사랑이 사라집니다. 새가 깃들지 못하는 죽음터로 바뀌는 한국에서 꿈과 믿음과 이야기가 나란히 죽음터로 내몰립니다. 4346.6.25.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환경책 읽기)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appletreeje 2013-06-25 0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러고 보니 정말 제비를 본 일이 이제는 없네요. 그나마 자주 볼 수 있었던 참새나 비둘기도 그러구요.. 그래도 가까운 숲에 가면 이름은 모르지만 나무들 위에서 청아하게 지저귀는 새들의 노래는 들을 수 있구요..
작년인가 도연스님의 <나는 산새처럼 살고 싶다>를 읽으며, 거의 잘 모르던 새들의 이야기에 즐거웠는데 오늘 말씀해주신 <멸종위기의 새>도 구해 읽어야겠어요.~^^
감사합니다~~

숲노래 2013-06-25 12:33   좋아요 0 | URL
이 책은 사진만 있는 책이라 아마 사진만 보실 텐데,
'멸종위기' 새들이기에
그야말로 사진 아니고서는 보기 어려운 새들뿐이랍니다 @.@

사람들이 '우리 삶터 곁 새들' 얼마나 사라지면서
나날이 '재미없는 삶' 되는가를 느낀다면 좋을 텐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