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읽는 책 21] 풀내음과 꽃가루
풀내음 맡으며 머리가 트이고
꽃가루 마시며 가슴이 열려
나뭇잎 쓰다듬으며 곱게 웃어요.
교과서에는 ‘옛날사람은 수렵·채집을 했다’고 나옵니다만, 참말 옛날사람이 ‘수렵·채집’을 했는지 아무도 모를 뿐더러, 어떻게 사냥을 하고 열매를 따먹었는지 제대로 아는 학자는 없어요. 사람이 언제부터 사냥을 했는지 밝힐 수 있는 학자란 없고, 사냥을 하지 않던 때에 밥이 될 먹을거리를 어느 만큼 마련해서 겨울나기를 하고 봄과 여름과 가을을 누렸는지 헤아리는 지식인도 없어요. 눈을 살그마니 감고 생각합니다. 모든 밥을 스스로 건사하던 지난날에 이 땅 사람들은 어디에서 무엇을 얻어 삶을 지었을까요. 오늘날 시골처럼 풀베기를 그토록 힘겹게 했을까요. 오늘날 시골과 달리 풀포기 하나 알뜰히 아끼면서 살았을까요. 어떤 나무는 빗물 마시고 햇볕과 바람 쏘이기만 하더라도 퍽 굵직하며 달콤한 열매를 맺어요. 어떤 풀은 빗물이랑 햇볕과 바람만으로도 아주 고우며 환한 무지개빛 꽃송이 틔워요. 풀과 꽃과 나무에 어떤 빛이 서렸을까요. 사람들은 먼먼 옛날부터 풀과 꽃과 나무를 어떤 이웃으로 받아들이며 살았을까요. 하루하루 살아가는 푸른 숨결을 어떻게 받아먹었을까요. 4346.6.20.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