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아이
아이들과 자전거를 타고 시골길 달릴라치면, 큰아이는 으레 “저기, 꽃.” 하고 말한다. 이 말은 아버지더러 자전거 세우고 꽃 꺾도록 해 달라는 뜻이다. 이때 아버지는 자전거를 곧바로 세우지 않는다. 달리는 자전거를 갑자기 세우면 안 좋다. 꽃은 아이가 본 길섶 이곳에만 있지 않다. 저 앞 길섶에도 있고, 우리가 달리는 시골길 둘레는 온통 꽃누리이다. 그러니까, 오르내리막 살펴 알맞춤한 자리에서 자전거를 멈춘다.
큰아이는 빙그레 웃으면서 샛자전거에서 내린다. 콩콩 꽃 앞으로 달려간다. “얘야, 꺾기 앞서 꽃한테 물어 봐야지.” “응, 알았어. 꽃아, 너 꺾어도 돼?” 큰아이는 벌써 꽃을 꺾었지만, 뒤늦게 묻는다. 꽃 한 송이 손에 쥐며 활짝 웃으니, 자전거수레에 탄 작은아이가 누나를 부른다. “줘 봐, 줘 봐.” “알았어. 기다려 봐. 너도 꽃 줄게.” 큰아이는 작은아이한테도 노란 꽃송이 하나 꺾어서 내민다.
두 아이는 꽃아이 되어 자전거를 달린다. 봄꽃 피는 봄철에는 봄자전거를 타면서 봄꽃아이 된다. 여름꽃 피는 여름철에는 여름자전거를 타면서 여름꽃아이 된다.
아이도 어른도 꽃을 마주하면 꽃넋 맞아들일 수 있으리라. 도시에서도 시골에서도 꽃을 가까이하며 눈을 살며시 감으면 꽃꿈 꿀 수 있으리라. 가장 맑은 손길로 가장 밝은 눈빛 되어 가장 살가운 삶 일구자면, 모든 삶터가 꽃누리 풀누리 나무누리 되는 길을 걸어가야 하리라. 4346.6.17.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꽃과 책읽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