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와 글읽기
동시쓰기를 다룬 책 하나 읽으며 깨닫는다. 동시를 쓰거나 어른시를 쓰거나 산문을 쓰거나 소설을 쓰거나 편지를 쓰거나, 아무튼 글을 쓸 때에는 ‘쓸거리’가 있기 때문에 쓰지 않는다. 글을 쓸 때에는 글로 담고 싶은 ‘이야기’가 있기 때문에 쓴다. 사람들이 서로 만나 도란도란 입으로 ‘이야기’를 나누듯이, 글이란 마음속에 품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뜻에서 쓴다.
이야기 있는 사람이 말을 하고 글을 쓴다. 이야기 좋아하는 사람이 말을 듣고 글을 읽는다. 이야기 들려주고 싶으니 말을 하며 글을 쓴다. 이야기 사랑하는 사람이 강의를 찾아서 듣고 책을 찾아서 읽는다.
‘쓸거리’를 억지로 쥐어짜면 글 또한 억지스럽기 마련이다. ‘말할거리’를 억지로 쥐어짜면 말 또한 억지스러울밖에 없다. 이야기가 샘솟지 않는다면 말을 말아야 하고 글을 안 써야 옳다. 이야기가 샘솟을 때에 즐겁게 말을 하고 글을 써야 아름답다.
교수나 교사라 해서 늘 말을 술술 풀어내야 하지 않다. 작가나 기자라 해서 늘 글을 꾸준하게 써내야 하지 않다. 할 이야기가 있을 때에 말을 하고 글을 써야 옳다. 4346.6.15.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