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한 잔과 책이랑
커다란 헌책방이든 작은 헌책방이든, 헌책방 나들이를 할 적이면 으레 커피 또는 차 한 잔 대접을 받습니다. 커다란 새책방으로 나들이를 할 적에는 손에 마실거리를 쥘 수 없습니다. 책에 쏟기라도 하면 큰일이니까요. 조그마한 새책방으로 나들이를 할 적에도 손에 마실거리를 섣불리 쥐지 못합니다. 다만, 오래된 단골로 동네 새책방 나들이를 하면, 걸상에 앉아 다리쉼을 하면서 책을 읽을 때에 커피 또는 차 한 잔 대접을 받을 수 있겠지요.
지난 1992년부터 헌책방 나들이를 하면서 ‘새책방과 헌책방은 어떻게 다를까?’ 하고 생각해 볼 때에, 또 ‘도서관과 헌책방은 어떤 대목이 다른가?’ 하고 살필 적에, 꼭 한 가지가 달랐습니다. 커피이든 차이든 마실 수 있느냐 없느냐로 ‘새책방과 헌책방’이 갈리고, ‘도서관과 헌책방’이 갈려요.
새책방이 갖춘 책이나 헌책방이 갖춘 책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도서관이 건사한 책하고 헌책방이 건사한 책도 그닥 다르지 않아요. 사뭇 다르다 싶은 책이 있지만, 서로 똑같은 책을 많이 갖추어요.
책을 읽고 싶은 사람은, 살림집이나 일터하고 가까운 곳으로 가면 됩니다. 집하고 도서관이 가까우면 도서관 나들이 즐기면 됩니다. 일터하고 헌책방이 가까우면 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삼십 분이나 한 시간 즈음 헌책방에 들르면 됩니다. 집하고도 조금 멀고 일터하고도 꽤 멀다면, 가끔 말미를 내어 즐거이 먼 나들이 누리면 돼요.
책을 읽는 삶이란 이야기를 읽는 삶입니다. 이야기를 읽을 때에는 이웃과 동무를 헤아립니다. 이웃과 동무를 헤아리면서 내가 살아가는 보금자리를 되짚습니다. 4346.6.13.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책 언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