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살이 일기 4] 하얀 꽃밭과 나비
― 시골에서 마시는 바람

 


  엊저녁 면사무소에서 마을방송을 한다. 이듬날 아침 일곱 시부터 아홉 시 사이에 ‘전체 방역’을 하니 ‘장독대 뚜껑을 닫’고, ‘창문도 닫’으며, ‘야외활동 하지 말’고, ‘아이들이 바깥에 나오지 않도’록 해 달라고 한다. 고흥군 도화면 사무소에서 마을방송으로 알린 ‘전체 방역’이란 헬리콥터가 마을 휘 가로지르면서 농약을 뿌리는 ‘항공 방제’이다. 요즈음은 이런 ‘항공 방제’를 ‘친환경농약’을 뿌리며 흙일에 도움이 되도록 한다고 밝힌다.


  그런데 몹시 궁금하다. ‘친환경’농약이라면서, 왜 장독대 뚜껑을 닫아야 하고 창문을 닫아야 할까. ‘친환경’이라면 사람들이 야외활동을 하지 말아야 할 까닭이 없고, 아이들이 바깥에 나오지 말아야 할 까닭 또한 없다. 입으로는 ‘친환경’을 읊지만, 막상 ‘환경과 가깝지’ 않은 농약일 뿐 아니라, 환경을 등진 농약이라고 알리는 노릇이다.


  일본사람 오제 아키라 님이 1980년대에 그린 만화책 《나츠코의 술》을 보면, ‘항공 방제’ 때문에 눈이 먼 아이들 이야기가 나온다. 게다가 ‘항공 방제’를 하다가 헬리콥터가 떨어져 논에 처박히면서, 이 논은 농약덩이가 되어 아무도 이 논을 건드리지도 못하고 가까이에 오지도 못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또한, ‘항공 방제’를 할 적에, ‘완전 무농약 유기농’으로 벼농사 짓는 이들이 퍽 넓은 논에 비닐을 덮어 농약이 떨어지지 못하게 막는 이야기가 나온다.


  면사무소 마을방송이 나온 이듬날 아침, 바람이 제법 거세게 불고 빗줄기가 살짝 듣는다. 헬리콥터가 떴을까? ‘항공 방제’ 헬리콥터는 얼마쯤 되는 높이에서 날아갈까? 높은 데에서 날아가더라도 소리가 들릴 텐데 소리가 안 들린다. 바람 많이 불고 빗줄기까지 들으니 취소했을까?


  헬리콥터에서 농약을 뿌리면, 이 농약 때문에 들새와 멧새가 숨이 막히고 눈알이 튀어나오면서 죽는다. 농약 듬뿍 쐰 벌레나 개구리를 잡아먹는 들새와 멧새는 내장이 터지면서 죽는다. ‘항공 방제’는 ‘소리 없는 평화’를 부른다. 아니, 모든 소리가 사라진 숲을 부른다. 레이첼 카슨 님은 1950년대에 “침묵의 숲”, 곧 “소리 없는 숲”을 말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2010년대인 오늘날까지도 농약사랑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도시에서는 자동차사랑에서 헤어나지 못하며 숨이 막힌다면, 시골에서는 농약사랑에 허덕이면서 숨이 갑갑하다.


  돌울타리 사이로 이웃한 옆집 밭자락에서 하얗게 꽃을 피우며 나부끼는 풀포기를 바라본다. 어떤 씨앗 심어 이렇게 어여쁜 흰꽃 피어 꽃잔치·풀잔치 이루어 놓으셨을까. 하얀 꽃무리 사이사이 하얀 날갯짓 팔랑거리는 나비가 춤을 춘다. 서로서로 예쁘게 어울린다. 하얀 꽃에 내려앉은 나비를 알아채기는 쉽지 않다. 그래도 사진 몇 장 찍는다. 사진을 큼직하게 키워서 보아도 나비가 어디 깃들었는지 잘 안 보이지만, 흰나비는 흰꽃 사이에서 맑게 빛나는구나. 좋다. 얘들아, 우리 나비 구경하지 않겠니? 4346.6.11.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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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06-11 1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이 꽃이 무엇일까요?

appletreeje 2013-06-11 14: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저기 나비가 있네요~? ^^
보라빛 꽃송이 위로 사선에요.!! 나비랑 보니 한층 더 좋아요. *^^*

숲노래 2013-06-11 14:58   좋아요 0 | URL
네, 아래에서 오른쪽에 나비가 살짝 깃들었어요.
나비도 꽃도 곱지요.

어떤 나물로 심으신 풀 같은데...
이름은 아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