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쓰는 까닭

 


  전남 고흥을 떠난 시외버스가 서울 강남 버스역까지 닿는 네 시간 반에 걸쳐, 시외버스 텔레비전이 시끄럽게 춤을 춘다. 내가 세 차례, 옆지기가 또 세 차례, 버스 일꾼더러 텔레비전을 끄거나 소리를 끄거나 소리를 줄여 달라고, 그러니까 모두 여섯 차례 이야기를 했는데, 아이들한테 저 연속극 화면과 소리가 몹시 나쁘다고 이야기를 했는데, 버스 일꾼은 어느 한 가지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앞자리에 앉은 할매와 할배가 텔레비전 봐야 한다는 핑계를 대며 텔레비전을 끄지도 소리를 끄지도 소리를 줄이지도 않는다.


  옆지기는 우리도 자동차를 사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가 시골마을에서만 지내지 않고, 이렇게 고흥에서 인천, 또는 고흥에서 부산, 또는 고흥에서 음성, 또는 고흥에서 일산, 머나먼 길을 나들이를 해야 한다면, 앞으로는 시외버스도 기차도 타기 어렵지 않느냐고 말한다. 아직 자동차 굴릴 돈을 모으지 못하기도 했고, 공해덩어리 자동차를 몰 마음이 없지만, 시외버스 일꾼이 ‘교통 최약자’인 어린이를 하나도 헤아리지 않으려 한다면, 이런 시외버스는 더 탈 수 없다. 참 많은 사람들이 자가용 굴리는 까닭을 알 만하지만, 우리 식구처럼 ‘시외버스 텔레비전 시끄러운 화면과 소리’하고 ‘기찻길에서 스마트폰으로 시끄러운 사람들’ 때문에 자동차를 생각하고야 마는 사람이 얼마나 될는지 잘 모르겠다.


  시끄럽고 괴로운 시외버스 네 시간 반 동안 아이들은 10분은커녕 1분조차 잠들지 않는다. 네 시간 반 동안 쉬지 않고 놀고 노래하고 뒹굴고 엉기는 아이들을 달래거나 보듬느라 기운이 쪽 빠진다. 그러나, 이대로는 안 된다고 느껴, 공책을 꺼내어 시를 쓴다. 온마음을 모아서 시를 쓴다. 이렇게 시끄럽고 어수선한 소리와 빛깔과 무늬가 춤추는 물질문명 도시사회에서 물질문명을 비판하거나 도시사회를 나무라는 이야기 아닌,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가면서 사랑을 꽃피우고 꿈을 이루는 길을 찾는 시를 생각하면서 한 꼭지 쓰고, 두 꼭지 쓰다가, 세 꼭지까지 쓴다.


  내가 글을 쓰는 까닭을 새삼스레 깨닫는다. 나는 내 마음속에서 피어나는 가장 아름다운 이야기를 가장 맑은 낱말로 담고 싶어서 글을 쓴다. 내 글이 아직 가장 아름답지도 못하고 가장 맑지도 못하다 할 수 있으리라. 그렇지만, 나는 가장 아름답기를 바라면서 글을 쓰고, 가장 맑을 만한 낱말을 고르고 찾는다. 가장 사랑스럽지 않다면 글을 쓸 까닭이 없고, 가장 꿈꾸기 좋을 만한 글이 못 된다면, 글쓰기에 품과 겨를을 들일 까닭이 없으리라 생각한다.


  시를 쓴다. 내 마음이 아름답게 거듭나기를 빌며 시를 쓴다. 시를 선물한다. 내 이웃과 동무 모두 언제나 아름다운 꿈과 사랑을 빛내며 하루를 알뜰살뜰 곱게 누리기리를 꿈꾸며 시를 선물한다. 4346.6.5.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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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06-05 11:07   좋아요 0 | URL
시를 쓰는 일은,
마음의 노래,를 즐겁고 기쁘게
부르는 일이겠지요. *^^*

숲노래 2013-06-05 20:58   좋아요 0 | URL
서로서로
사랑스러운 마음 되어
아름다운 삶 누리고픈
그런 꿈이라고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