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살아가며 글쓰기
아이들과 살아가며 할 일이 얼마나 많은지 언제나 등허리 뻑적지근하다. 그리고, 아이들과 살아가며 즐거운 일이 얼마나 많은지 늘 웃고 떠들 이야기 넘친다. 아이들과 살아가기에 내 말미 마련하기란 아주 빠듯하지만, 아이들과 살아가기에 날마다 쏟아지는 수많은 이야기 가운데 몇 가지 갈무리해서 글을 쓰거나 사진을 찍는다.
아이들과 살아가지 않았어도 나는 내 나름대로 온누리를 바라보았으리라 생각한다. 아마 자전거로 이 마을 저 고을 두루 누볐으리라 느낀다. 아이들과 살아가며 자전거마실을 멀리 다니지 못한다. 시골집에서 두 아이 자전거에 태우고 나가는 길만큼 다시 돌아와야 하니까, 한 시간 반 즈음 달리기는 하더라도 더 나아가지는 못한다. 아이들을 걷게 하며 나들이를 하더라도 이와 마찬가지이다. 우리 보금자리로 돌아올 길을 헤아리며 나들이를 다닌다.
아이들과 살아가니 내 가방은 으레 아이들 옷가지로 가득하다. 아이들 먹을 주전부리와 아이들 마실 물을 꼭 챙긴다. 아이들은 개구지게 뛰어노니 아이들 신을 한 켤레 더 챙긴다. 아이들은 거침없이 뛰노느라 곯아떨어지고, 어버이는 아이들 옷이랑 신이랑 먹을거리랑 챙기며 돌아다니느라 후줄근하다.
아이들은 밤새 이불을 걷어찬다. 아이들은 밤새 이리저리 뒹군다. 작은아이는 아직 밤오줌을 못 가린다. 날마다 아이들 빨랫거리 잔뜩 나온다. 그런데 이런 삶 틈바구니에서 빛이 한 줄기 있으니, 삶길과 꿈길과 사랑길이다. 개구진 아이들 손발을 씻기고 손발톱을 깎인다. 이불 걷어찬 아이들 머리카락을 쓸어넘기면서 이불깃 여민다. 자장노래를 부르고, 다리 고단한 아이를 번쩍 안는다. 힘들면 힘든 대로 새힘 솟고, 고단하면 고단한 대로 새넋 북돋운다. 슈퍼맨이나 슈퍼우먼 아니라, 아버지요 어머니이다. 어버이로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어른다운 눈길 되어 어른다운 손길로 어른다운 글 한 줄 쓸 수 있구나 싶다. 4346.6.4.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