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은 유쾌하다 - 사진이 있는 이야기
신현림 지음 / 샘터사 / 2000년 6월
평점 :
절판


.. 사진을 미리 안 찍어 놓고, 책을 도서관에 갖다 두었습니다. 내일 도서관에 가서 사진을 찍은 뒤 붙여야겠어요 ㅠ.ㅜ ..

 

..

 

내 삶으로 삭힌 사진책 59

 


가슴으로 사랑을 부르는 사진
― 빵은 유쾌하다
 신현림 글·사진
 샘터 펴냄,2000.6.21./7000원

 


  나이 제법 든 분들은 어릴 적에 들로 숲으로 멧자락으로 들딸기나 멧딸기 따먹으러 다니던 일을 떠올리곤 합니다. 그런데, 그 들딸기나 멧딸기는 지난날뿐 아니라 오늘날에도 있어요. 따먹는 사람이 아주 많이 줄었지만, 들딸기와 멧딸기는 예나 이제나 늘 그곳에서 씩씩하게 씨를 퍼뜨리고 해마다 넓게 자라려 합니다.


  오월 한복판으로 접어든 뒤 이틀에 한 차례쯤 아이들과 들딸기 따먹으러 다니며 생각합니다. 들딸기이든 들풀이든 따먹는 사람과 뜯어먹는 사람이 있을 적에 더 깊고 좋은 맛을 사람들한테 나누어 주어요. 따먹는 사람이 있을 때랑 없을 때에는, 들딸기 자라는 모습이 사뭇 다릅니다. 들풀도 사람이 즐겨 뜯어먹을 적에는 더 푸르고 싱싱하게 새로 돋으면서 가을까지 다시 돋고 또 돋습니다.


  사람들 많이 북적거리는 도시에는 단골집이라는 가게가 있어요. 가게 일꾼이 돈이 많지 않아 가게를 이모저모 더 예쁘게 꾸미지 못한다지만, 가게 일꾼 손맛과 손멋으로 사람들 끌어당기는 단골집 있습니다. 이곳은 허름한 가게 모습이라 하더라도, 꾸준히 드나드는 단골들이 다리품과 손품으로 살가운 이야기와 기운이 감돌도록 북돋웁니다.


  곧, 들딸기도 들풀도, 단골집도, 그리고 사람들도, 얼마나 살갑고 사랑스레 마주하고 바라보며 함께하려느냐에 따라 늘 새롭게 거듭나요. 사랑받는 사람은 꾸준히 사랑스러운 빛 번져요. 사랑받는 숲은 한결같이 사랑스러운 숨결 베풀어요. 사랑받는 가게는 언제나 사랑스러운 모습 빛나지요.


.. 지금 나는 쉬면서 시를 읽으며 내 주변에 익숙한 것들을 다시 바라보고 싶다. 해와 바람이 오고 가는 것을 느끼며, 내가 제대로 잘 살고 있는지 인생의 옷을 찬찬히 살피고 싶다 … 토마토를 먹으면 머리가 좋아진다는 말을 듣고부터 토마토를 좋아하기로 했다. 마음 먹으면 마음대로 되어 갔다. 정말 머리가 좋아졌다. 머리칼도 윤이 났다. 사랑은 계산 같은 건 할 수 없는 것. 아무 조건 없이 사랑했다 … 나무는 우리에게 생명과 희망을 주는데 우리가 나무에게 주는 건 무엇일까? 개발, 개발, 여기저기 산이나 뭉개놓고 산불이나 질러놓기나 하지 ..  (5, 21, 55쪽)


  열흘 남짓 아이들과 들딸기 따러 다닙니다. 들딸기를 딸 적마다 사진을 몇 장씩 찍습니다. 목에는 사진기를 걸고, 한손에는 낫을 쥐며, 다른 한손에는 빈 통을 듭니다. 딸기를 딸 적에는 낫을 겨드랑이에 낍니다. 딸기풀을 다른 풀이 수북히 덮으면, 다른 풀을 낫으로 벱니다. 낫으로 석석 다른 풀 베노라면, 웃자란 다른 풀 밑에 앙증맞게 자라는 딸기풀 만납니다. 다른 풀한테는 미안하지만, 나로서는 아이들과 딸기알 실컷 누리고 싶습니다. 씀바귀도 쑥도 질경이도 주름잎도 엉걸퀴도 모두 벱니다. 얘들아, 너희는 다른 데에서도 자라면 되지? 이곳은 딸기풀 자라는 데로 삼자꾸나. 보들보들 잘 자란 푸른 쇠뜨기풀도 낫으로 삭삭 긁습니다. 너희도 뜯어먹으면 되게 맛있는데, 오월에는 아무래도 딸기알이 제맛이란다. 딸기알 무르익도록 너희 쇠뜨기풀도 거름이 되어야겠다.


  마음속으로 종알종알 주워섬깁니다. 딸기알 따면서 손등과 손가락과 손가락과 팔뚝과 허벅지와 종아리 모두 긁힙니다. 자그마한 딸기풀 자그마한 가시가 콕콕 박힙니다. 등과 이마에서는 땀이 줄줄 흐릅니다. 딸기는 찔레나무 곁에서 참 잘 자랍니다. 아니, 딸기풀과 찔레나무는 참 서로 잘 어울리려는지, 찔레나무 덩굴 언저리에 어김없이 딸기풀 자라고, 딸기풀 자라는 둘레에 꼭 딸기풀 있습니다.


  한 번은 딸기가시에 찔리고, 한 번은 찔레가시에 찔립니다. 손등에서 피가 흐릅니다. 아이들 들딸기 따먹이자고 이렇게 피까지 보네, 하고 생각하는데 등판으로 봄햇살 후끈후끈 내리쬡니다. 온몸 새까맣게 타면서 들딸기를 땁니다. 누가 곁에 있어 이 모습 사진으로 찍으면 재미있겠네 싶습니다. 아이들이 여덟아홉 살쯤 되면, 또 열 살 남짓 되면, 그때부터 아이들은 스스로 낫과 통 들고 들딸기 따러 다니겠지요. 그 나이 될 때까지는 아버지와 어머니가 땀범벅 되고 가시에 혼쭐나며 햇볕에 까맣게 타면서 들딸기 딸밖에 없습니다.


.. 메밀꽃 들판에서 사진을 찍은 후 2년간 나는 메밀부침을 해 먹었다. 부침을 먹으며 메밀꽃 여자의 마음을 먹는 거라 여겼다. 그 마음을 먹어선지 정말 그때는 착했다. 내 마음에서 강원도 바람소리가 흐르고, 끝없이 일렁이는 초원을 구르는 해가 빛났다. 메밀꽃 여자가 그립다. 친구하고 싶다 … 내가 애착하는 언어들은 많은 부분 고향이라는 낡고 아름다운 악기에서 흘러나온다. 현실이 비정하고 암담할수록, 내 안의 격정과 슬픔이 잔혹하게 끓어오를수록 고향 산천의 작고 아늑한 풍광이 내뿜는 숨결을 보약처럼 달여마신다 ..  (28, 33쪽)


  어머니나 아버지가 들딸기 따는 동안 아이들은 둘레 풀밭에서 엉켜 놉니다. 아직 여섯 살 세 살 아이들로서는 낫질을 하거나 풀밭에서 가시에 찔리면서 뒹구는 일을 익숙하게 하기 어렵습니다. 이 아이들한테는 풀놀이가 있고, 서로 술래잡기 하면서 즐기는 놀이가 있습니다. 말갛고 달큼한 들딸기 수북히 따기를 기다리면서, 아이들은 배고픔을 즐겁게 견딥니다. 한동안 기다린 끝에 들딸기만으로 배를 채우면서 웃습니다. 커다란 통 다 비우면 또 한 통 더 땁니다. 다시 한 통 따서 채우는 동안 아이들은 저희끼리 잘 어울리면서 놉니다. 아이들은 천천히 나이를 먹고, 아이들은 찬찬히 몸을 다스립니다. 다리와 손에 힘이 붙고, 온몸은 햇볕에 알맞게 그을립니다. 아이들 몸과 마음은 숱한 이야기를 건사합니다. 어버이가 들딸기 따는 동안 기다리면서 ‘모든 밥(먹을거리)은 맛나게 먹을 때까지 품과 겨를을 들여야 하는’ 줄 느끼겠지요. 철에 따라 밥이 달라지고, 그때그때 그 자리에서 얻은 밥이야말로 상큼하며 싱그러운 줄 느끼겠지요. 어버이 기다리면서 서로 얼크러져 노는 동안, 온몸에 새로운 이야기 깃들겠지요.


  마음속으로 이야기 깃들 때에 비로소 글을 쓸 수 있습니다. 마음속에 이야기 담을 때에 비로소 그림을 그릴 수 있습니다. 마음속으로 이야기 건사할 때에 비로소 사진을 찍을 수 있습니다.


  살아오는 나날에 맞게 이야기를 담지 못하는 사람은, 빼어난 장비가 있더라도 글도 그림도 사진도 빚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글이든 그림이든 사진이든 ‘내 삶’을 누린 ‘이야기’를 보여주거든요.


  들려줄 이야기가 있을 때에 사진을 찍습니다. 보여줄 이야기가 있기에 사진기를 손에 쥡니다. 함께할 이야기가 있는 만큼 사진을 즐깁니다.


.. 아마 이 사진은 어머니가 찍었을 것이다. 꽤 잘 찍은 사진이다. 이 바다는 내가 처음 본 바다였고, 만져 보고 냄새 맡은 최초의 바다다 … 운주사의 아름다움은 애써 꾸미지 않은 자연스러움에 있다 … 뜨거운 애정이 없이는 찍을 수 없는 사진. 예술은 사랑처럼 국경을 초월한다 … 신동엽의 시는 가슴으로 사람을 부른다. 민족과 대지에 대한 뜨끈뜨끈한 사랑이 흐른다. 김소월 이후로 모국어와 대지의 향기를 이처럼 아름답게 피워내는 시인도 드물다. 이렇게 좋은 시를 읽으면 비로소 내 인생이 내 것이란 느낌이다. 좋은 시는 자연의 군더더기 없음, 사심 없음, 자연스러움을 닮아 있다 ..  (37, 42∼43, 45쪽)


  가슴으로 사랑을 부르는 사진입니다. 가슴으로 사랑을 짓는 사진입니다. 사랑을 불러 삶을 일구는 사진입니다. 사랑 짓는 삶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사진입니다.


  사진학교 오래 다니거나 사진강좌 많이 들었대서 사진을 못 찍는 까닭을 사람들이 잘 깨달아야 합니다. 왜냐하면, 가슴속에 이야기 있어야 사진을 찍거든요. 사진학교와 사진강좌에서는 우리한테 이야기를 만들어 주지 못해요. 사진학교와 사진강좌에서는 사진기 다루는 법이나 ‘사진작품 엮어 사진이야기 이루는 법’을 알려줄 뿐입니다. 다른 훌륭한 사진작가 작품을 보여주거나 여러 사진작가들이 어떠한 마음으로 사진을 일구었는가 하는 넋을 밝힐 뿐이에요.


  사진은 늘 우리 스스로 찍으니, 우리 스스로 찍을 사진은 어느 누구도 가르치지 못합니다. 사진을 배우자면 내 삶을 스스로 배워야 합니다. 사진을 깨달아 즐기자면, 내 삶을 먼저 깨달아 즐겨야 합니다.


.. 미술가이자 사진가인 존 발데사리의 얘길 하지 않아도 최고의 작품에 깨어 있는 시간을 바쳐야 한다 … 돈 아끼라고 나무라지 마세요. 원고료 타서 식구들을 위해 따뜻한 옷을 사는 것이 참 즐거워요 … 12년째 쓰고 있어서 많이 닳고, 줄어 버렸다. 이 정도 되었으면 버릴 만도 한데 버리지 못하는 이유. 내가 직접 짰기 때문이다 … 어머니가 만들어 주신 옷들이 다 어디 갔을까. 내가 초등학교 1·2학년 때 어머니는 언니와 내 옷을 만들어 주셨다. 눈으로 보는 것과 귀로 듣는 즐거움, 이게 재봉틀이 베푸는 은총이다 ..  (52, 88, 116, 174쪽)


  시를 쓰는 신현림 님이 사진을 배우면서, 시와 함께 사진을 즐깁니다. 이러는 동안 시나브로 글과 사진이 어우러지는 《빵은 유쾌하다》(샘터,2000) 같은 책을 내놓습니다. 《빵은 유쾌하다》는 산문책도 사진책도 아닙니다. 이야기책입니다. 시와 사진을 좋아하는 사람이 어떻게 시와 사진을 누리면서 삶을 사랑하는가 하는 대목을 조곤조곤 밝히는 이야기책입니다.


  이야기책이니, 글도 보여주고 사진도 보여주어요. 이야기책인 터라, 글을 어떻게 누리고 사진을 어떻게 빛내는가 하는 삶을 보여주지요. 이야기책인 만큼, 글을 쓰며 사랑하고, 사진을 찍으며 꿈꾸는 하루를 보여줍니다.


  가만히 생각하면, 사람들 가슴을 촉촉히 적시는 아름다운 글책(문학책, 이를테면 시집이나 소설책이나 산문책)에는 아름다운 이야기가 흐릅니다. 사람들 마음을 따사롭게 보듬는 아름다운 사진책에는 아름다운 이야기가 감돕니다.


  사람들은 아름다움을 느끼고 싶어서 글을 읽고 사진을 읽습니다. 사람들은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싶어서 글을 쓰고 사진을 찍습니다. 사람들은 아름다움을 나누고 싶어서 사진잔치를 열고, 사진잔치에 찾아갑니다.


.. 허름한 농가마다 바쁘게 일하는 농부들. 이들이 대질르 말없이 일구는구나. 들판이란 아프고 아름다운 생명의 옷 한 벌을 짓는다 생각하니 이보다 더 고마울 일도 없을 것 같다. 흙과 더불어 살아야 사람이 사람다울 수 있으리라. 나는 흙이 있는 자리로 돌아가 묻고 싶다. 우리는 지금 무엇을 하는가. 남은 시간, 살아서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 책을 자주 읽어 책 냄새가 나는 연예인이 그립다 … 언젠가 매춘 인구 1백만 시대라는 뉴스를 들었다. 부끄럽고 서글프기 짝이 없다. 무엇이 이렇게 만들었을까? 사람들이 꿈이 없다는 것이다 ..  (65∼66, 130, 152쪽)


  글과 사진을 함께 누리는 시인은 즐겁습니다. 글로 빚는 빛을 사진으로 함께 빚으니까요. 사진과 글을 나란히 누리는 사진가는 즐겁습니다. 사진으로 빚는 빛을 글로 나란히 빚으니까요.


  누군가는 글도 사진도 아닌 부엌칼이랑 도마로 삶을 빚습니다. 누군가는 글도 사진도 아닌 호미와 낫으로 삶을 빚습니다. 누군가는 글도 사진도 아닌 바늘과 실로 삶을 빚습니다.


  우리는 무엇으로도 삶을 빚습니다. 풀포기 하나에서 삶을 빚고, 물줄기 하나에서 삶을 빚습니다. 노랫가락 하나에서 삶을 빚으며, 춤사위 하나에서 삶을 빚습니다. 까르르 웃으면서 삶을 빚습니다. 슬피 울면서 삶을 빚습니다. 삶은 언제나 사랑을 부르고, 사랑을 부르는 삶은 시나브로 글과 사진을 부릅니다.


.. 아무튼 사진을 배우려는 노력만큼이나 사진기 한 대를 구입하려는 노력도 눈물겹다. 자급자족의 가난한 삶을 꾸려 가자면 밥도 굶고, 유행하는 옷가지도 건너뛰고, 온갖 액세서리도 뛰어넘어야 한다. 물과 전기를 쥐어짜듯이 아껴써야 함은 물론이다. 그런데 애써 구입한 사진기를 잃어버릴 때 문제는 심각하다 … 자신이 아끼는 물건은 돈으로 이루어진 것만은 아니다. 그 물건에 쏟은 애정과 사연이 담겨, 무엇보다 자신의 일부가 되듯 체온과 정이 흐른다 … 나의 심장과도 같은 카메라 ..  (119, 121, 180쪽)


  신현림 님은 “빵은 즐겁다” 하고 말합니다. 신현림 님한테는 빵이 즐겁다면 다른 누군가한테는 부침개가 즐겁습니다. 다른 누군가한테는 쑥떡이 즐겁습니다. 다른 누군가한테는 게찜이 즐겁습니다.


  사람마다 즐거움이 다릅니다. 그러나, 저마다 즐거움이 다르더라도 꼭 하나는 같습니다. 어느 것으로 즐겁다고 느끼든 ‘즐거움’이라는 대목이 같아요.


  즐거움이 있어서 글을 써요. 즐거움이 있어서 시골에서 흙을 만져요. 즐거움이 있으니 무거운 베낭 짊어지고 멧자락을 오르내려요. 즐거움이 있으니 자전거로 먼길 씩씩하게 달려요.


  아이들이 즐겁게 먹으리라 생각하며 밥을 차립니다. 아이들이 즐겁게 입고 뛰놀리라 생각하며 빨래를 하고 옷을 깁습니다. 아이들이 즐겁게 노래하고 춤추리라 생각하며 마당 있는 집을 마련합니다.


  스스로 즐겁게 누리는 삶이고, 스스로 즐겁게 찍는 사진입니다. 스스로 즐겁게 생각하는 삶이며, 스스로 즐겁게 읽는 사진이에요.


.. 윤동주는 동시도 참 잘 썼다. 그의 얼굴은 자신의 시와 너무나 똑같다. 시골스럽게 인간미 넘치는 모습, 속세와 3미터쯤 거리를 둔 듯한 윤동주의 모습이 떠오른다 … 좋은 글을 아이들에게 노트에 베끼게 하고 외우게 한 후, 나는 생각했다. 책 이외에 마음을 지켜 주는 게 또 없을까에 대해서. 그것은 아이를 데리고 다니며 좋은 볼거리를 보여주고, 자연과 가까이하는 일이다 ..  (182, 187쪽)


  아이들한테 일찍부터 영어를 가르치려 한대서 아이들이 영어를 잘 배우지 않습니다. 아이들이 영어를 배워서 써야 하는 까닭을 느끼지 않는다면, 영어를 제아무리 일찍 배운들 덧없습니다. 곧, 아이들한테 일찍부터 글을 가르치거나 사진을 가르친대서, 아이들이 뛰어난 시인이나 소설가나 사진가 되지 않습니다. 아이들한테는 즐겁게 놀던 어린 나날 있어야 시인도 소설가도 사진가도 됩니다. 아이들한테는 푸른 숨결 마시는 숲마실과 숲터 있어야 시나 소설로 쓸 이야기나 사진으로 찍을 이야기를 스스로 찾습니다.


  어른한테도 이와 같아요. 어른이라 한대서 학교나 강좌를 찾아 듣도록 한대서 글이나 사진을 잘 배울 수 있지 않아요. 어른한테도 아이처럼 스스로 삶을 느낄 만한 터전이 있어야 해요. 어른한테도 즐겁게 놀거나 일하는 삶이 있어야 해요. 전문지식 있기에 잘 찍는 사진이 아니고, 교양강좌를 듣거나 인문책 배웠기에 잘 읽는 사진이 아닙니다. 모든 사진은 삶을 바탕으로 찍고, 삶을 발판 삼아 읽습니다. 모든 글은 삶을 바탕으로 쓰고, 삶을 발판 삼아 읽습니다. 삶이 있는 사람이 사진을 찍고 글을 쓸 뿐 아니라, 노래를 부르고 그림을 그립니다. 삶이 없는 사람은 기계놀림과 붓질은 할 테지만, 가슴으로 노래하지 못하고 마음으로 이야기를 꽃피우지 못해요.


  시인 윤동주 님도, 시인 신동엽 님도, 글솜씨로 시를 쓰지 않았습니다. 시인 윤동주 님도, 시인 신동엽 님도, 오직 가슴으로 시를 썼습니다. 가슴으로 사무치는 사랑을 이야기 한 타래로 담아서 시를 썼어요. 사진을 찍는 사람은 윤동주 님과 신동엽 님한테서 ‘가슴으로 담는 삶과 사랑’을 배워, ‘가슴으로 나누는 이야기’를 펼치는 사진길 걸어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4346.5.26.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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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05-26 2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의 여러 문장을 적어, 어느 사람한테 메일로 보낸 추억이 떠오르는 밤입니다.
그런데 지금 이 책은 제게 없습니다.
함께살기님의 글을 읽으며 다시 책장을 펼쳐보고 싶었지만
잘 간수하지 못한 쓰라림을, 새삼 절감하고 있습니다. ㅠ.ㅠ

숲노래 2013-05-26 23:39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저는 우연하게 이 책을 샀는데,
천천히 읽고 나서 느낌글을 쓰는 오늘 살피니,
절판되었더군요 @.@

언제 이렇게 절판되었담... 하고 생각하다가,
그럴 수도 있겠다고 느껴요.

이 책에 붙은 다른 분들 서평을 살피니,
신현림 님 글이나 사진을
마음 깊이 느낀 분은 뜻밖에 무척 적은 듯했어요.

appletreeje 님처럼 살가이 아로새기며 좋아해 주는 분 있어
언젠가 다시 살아날 수도 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