읍내 제비

 


  읍내마실 나오면 어디에서나 제비를 본다. 꼭 읍내가 아니더라도 우리 마을에서도 이웃 어느 마을에서도 제비를 본다. 봄날 다른 시골로 다니지 못해 모르겠으나, 장흥에도 보성에도 강진에도 해남에도 제비가 즐겁게 마실 다니면서 놀 만하리라 생각한다. 다만, 관광지 늘고, 시골에까지 공장과 골프장과 발전소 같은 위험·위해시설 나날이 생길수록 제비는 숫자가 줄겠지. 왜냐하면, 이런 위험·위해시설 생길수록 물과 바람이 더러워지면 작은 벌레와 짐승이 자꾸자꾸 죽으면서, 제비와 멧새는 먹이가 줄어 살기 어려울 테니까.


  인천에까지 아직 제비가 제법 찾아들던 내 어린 날, 국민학교에서 교사들이 자연 수업을 하면서 ‘제비가 사라진 곳은 사람도 살기 나쁜 곳’이라고 가르쳤다. 요즈음 초등학교 교사도 이런 말로 아이들을 가르칠는지, 아니면 요즈음 초등학교 교사는 ‘지표 식물’이나 ‘지표 동물’을 안 가르칠는지 잘 모르겠다. 시골학교 교사는 무엇을 가르칠까. 시골학교 아이들은 무엇을 배울까. 시골마을 아이들은 깊은 두멧시골뿐 아니라 읍내나 면내에도 제비가 집을 짓고 날갯짓하는 터전이 저희한테 얼마나 좋거나 아름다운가를 어느 만큼 느낄까.


  어른도 아이도 ‘제비가 집을 짓지 못하는 도시’만 바라보며 시골을 떠나는데, 제비가 살아갈 수 없고 제비가 먹이를 찾을 수 없는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어떤 삶 일구고 어떤 사랑 나누면서 어떤 꿈을 키우는 하루를 누릴까. 4346.5.18.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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