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와 도서관과 책터

 


  어느 한 사람이 읽으면서 그러모은 책으로 책시렁을 짜서 꾸미면 시나브로 ‘서재’가 된다. 서재를 다른 사람이 들여다볼 수 있도록 열면 ‘도서관’이 된다. 책을 꽂아 책꽂이요, 책을 두어 책시렁이라면, 책이 있는 터는 ‘책터’라 할 만하다고 느낀다. 서재도 책터요 도서관도 책터일 테지.


  한 사람이 읽는 책은 한 사람 넋을 살찌운다. 책 하나로 넋을 살찌운 사람은 스스로 아름답거나 슬기롭게 살아가면서 이웃과 동무 넋을 나란히 살찌우곤 한다. 책을 읽은 사람은 하나라 할 테고, 다른 사람은 책을 안 읽었다 할 테지만, ‘책을 읽은 사람’ 삶을 마주하면서 ‘삶으로 읽는 책’을 깨닫는다.


  서재를 ‘열린 도서관’처럼 여겨 드나들어도 ‘열린 책터에서 누리는 책읽기’를 할 테고, 서재를 일구는 사람이 빚는 아름다운 꿈과 사랑을 함께 나눌 때에도 ‘삶과 사람과 사랑이 어우러지는 책읽기’를 하리라 본다.


  책이란 무엇이고, 책은 왜 읽는가. 책이란 삶을 갈무리한 이야기보따리요, 책을 읽는 삶은 날마다 새롭게 사랑하고 꿈꾸는 하루를 빛내고 싶은 마음이 있기 때문이라고 느낀다. 내가 읽는 책은 내 마음과 몸을 살찌우고, 내 책들은 서재를 이루다가 도서관이 되면서 책터로 다시 태어난다. 책으로 삶 한 자락 돌본다. 4346.5.14.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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