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꽂이와 망치와

 


  서른 해 남짓 묵은 나무책꽂이를 장만한다. 서른 해 남짓 묵었어도 나무결 보드랍다. 대패나 사포로 겉을 살짝 벗기면 나무내음 훨씬 그윽하리라 생각한다. 그렇지만 굳이 겉을 벗기지 않는다. 서른 해 책을 품으며 묵은 낡은 빛깔도 좋다.


  앞으로 내 서재도서관에서 아름다운 책들 오래오래 건사해 주기를 바라면서 못자리마다 망치질을 더 한다. 삐져나온 못은 뽑고 새 못을 박는다. 한참 일하다가 땀을 훔치다가 문득 생각한다. 책도 나무로 만들고, 책꽂이도 나무로 만드는데, 망치도 손잡이가 나무네. 온통 나무로구나.


  숲에서 함께 자라던 나무 가운데 어느 나무는 책이 된다. 어느 나무는 종이가 된다. 어느 나무는 책꽂이가 되고, 어느 나무는 망치가 된다. 어느 나무는 집이 되고, 어느 나무는 나막신 되며, 어느 나무는 연필이 된다. 어느 나무는 땔깜이 된다. 어느 나무는 아이들 놀잇감이 된다. 어느 나무는 또 또 어떤 모습으로 다시 태어날까.

  숲이 있어 나무가 자라고, 나무 곁에 풀이 돋는다. 숲에는 벌레와 짐승이 함께 어우러진다. 사람은 숲이 있을 때에 숨을 쉬고, 사람은 숲에서 밥과 옷과 집을 얻는다. 책은? 나무가 자라는 숲이 있어야 책을 만들겠지. 나무가 자라는 숲을 아껴야 글을 쓸 수 있고, 이야기를 꾸밀 수 있으며, 사랑스러운 꿈을 나눌 수 있겠지. 4346.5.12.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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