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들이 떠나는 빨래

 


  서울로 볼일 보러 떠나는 날 이른새벽에 빨래를 한다. 옆지기가 느긋하게 빨래를 할 수도 있으나, 내가 집을 비우는 동안 옆지기가 홀가분하고 즐겁게 아이들하고 놀 수 있기를 바라며, 집일 이렁저렁 추스른다. 옆마을로 지나가는 아침나절 군내버스 때를 헤아린다. 일곱 시 사십 분에 집을 나서야 한다. 일곱 시 이십 분에 빨래를 마치고 마당에 내다 넌다. 사월 십구일 시골마을 아침볕 맑고 따사롭다. 겨울에는 아침 아홉 시는 되어야 비로소 빨래를 마당에 널 만했고, 봄에는 아침 일곱 시에도 빨래를 널 만하다. 곧 다가올 여름에는 새벽 여섯 시에도 빨래를 널 만하겠지.


  한여름에는 삼십 분이나 한 시간만에 빨래가 보송보송 마르곤 한다. 빨래가 다 말랐어도 안 걷고 그대로 두곤 한다. 좋은 볕 듬뿍 머금으며 햇살내음 옷가지마다 스미기를 바란다. 사람도 집도 마을도 옷가지도 풀도 나무도 햇살을 먹으며 언제나 새롭게 빛난다. 햇살 먹으며 뛰노는 아이들은 흙빛 살결 되고, 햇살 마시며 마르는 옷가지는 해맑은 무늬 눈부시다. 시골에서도 도시에서도 누구나 햇살 머금는 옷을 입으면 서로 환하게 웃지 않을까. 햇볕 한 줌은 흙을 살린다. 햇살 한 자락은 풀을 살찌운다. 햇빛 한 줄기는 마을 곳곳 보듬는다. 4346.4.20.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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