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글

 


  큰아이 갓 태어나 무럭무럭 자라는 동안, 나는 늘 큰아이를 무릎에 누여 재우면서 글을 썼다. 큰아이 제법 크면서도 아버지 무릎에 드러누워 놀거나 자기를 좋아한다. 작은아이 태어나니 아버지 무릎은 으레 작은아이 차지 된다. 큰아이는 좀처럼 아버지 무릎으로 기어들지 못한다. 작은아이가 어디 다른 데에서 놀거나 낮잠을 잘라치면, 살그마니 아버지 무릎으로 꼬물꼬물 기어든다. 이러면서 빙그레 웃는다. 그래, 아버지 무릎은 네 잠자리이지. 오랜만에 너도 아버지 무릎을 차지하렴.


  여섯 살까지 먹은 큰아이는 밤에 잠을 안 깬다. 얼마나 고마운지. 세 살까지만 하더라도 밤잠 제대로 들지 못해 자꾸자꾸 깨서 밤새 달래며 토닥였으나, 이제 아주 씩씩하고 다부진 큰아이는 밤에 새근새근 잘 잔다. 큰아이 달래느라 새벽동 훤하게 트던 날 하루이틀 아닌 한 해 내내였는데.


  많이 어린 작은아이는 밤에 곧잘 깬다. 그러면, 아버지는 깊은 밤이 아니고서야 글을 쓸 겨를이 없으니, 작은아이를 무릎에 누여 토닥토닥 재우면서 글을 쓴다. 이동안 큰아이가 깨지 않으니 아주아주 고맙다. 두 아이 모두 밤잠을 깨서 칭얼거리면 둘 다 무릎잠 재워야 하는데, 두 아이를 무릎잠 재우기에 아버지 무릎은 살짝 좁다.


  아이들 무릎잠 재우면서 쓰는 글이니 무릎글 될까. 나는 언제까지 무릎글 써야 할까. 작은아이가 다섯 살이나 여섯 살쯤 자라면 이제 무릎글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아이들이 아버지 무릎에서 벗어나 저희 두 다리로 힘차게 이 땅 디디며 뛰놀 때에는 나는 어떤 글 쓰는 아버지 삶 누리려나. 4346.4.14.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아빠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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