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놀잇감

 


  경기도 일산에서 사시는 장모님이 택배 한 상자를 보내셨다. 무엇을 보내셨나 하고 상자를 여니, 아이들 놀잇감이 가득하다. 아마, 이웃 누군가 장모님한테 주신 듯하다. 우리 아이들 시골에서 잘 갖고 놀라는 뜻으로 고마운 이웃이 즐겁게 물려주셨겠지.


  그런데, 나는 상자를 열자마자 다시 닫는다. 이 놀잇감은 모두 플라스틱이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집안에 ‘고마운 이웃한테서 물려받은 플라스틱 놀잇감’ 많아서 여러모로 골머리 앓는데, 또 ‘플라스틱 놀잇감’이기 때문이다.


  아마 장모님도 이 놀잇감 보내시기 앞서 생각하셨겠지. 우리 아이들한테 플라스틱 놀잇감이 하나도 안 좋으리라고 뻔히 알면서도, 보내야 할까 말아야 할까 생각하시다가, 보내셨겠지.


  어떻게 하면 좋을까. 집안에서 이 놀잇감을 아이들한테 보여주어야 할까. 도서관에 갖다 놓고, 도서관에 갈 적만 갖고 놀게 해야 할까. 아니면, 슬그머니 도서관 한쪽에 놓고 ‘플라스틱 놀잇감 유물’처럼 모셔 놓을까.


  여섯 살 큰아이와 세 살 작은아이는 놀잇감 하나 없이 마당에서고 논자락에서고 마음껏 뛰어논다. 작은아이는 졸음에 겨워 곯아떨어질 때까지 온몸이 흙투성이 되도록 뛰어놀다가 아버지 품에 안겨서 엉엉 운다. 졸립다는 아이 손과 발과 낯을 씻긴 다음 작은 이불로 돌돌 감싸서 품에 안는다. 품에 안기 무섭게 잠든다. 새근새근 토닥이다가 자리에 눕힌다. 큰아이도 무척 졸린 눈치이지만 좀처럼 잠들려 하지 않는다. 그래, 일곱 시까지 버텨라. 일곱 시 반이나 여덟 시까지 버텨도 돼. 너도 그때까지 버티고 나서 아버지가 살며시 안아 자리에 눕히면 이듬날 아침까지 깊이 곯아떨어지겠지.


  나도 옆지기도 ‘삐삐’를 참 좋아하는데, 우리 아이들 모두 삐삐처럼 실컷 놀고 개구지게 놀며 신나게 놀면서 하루하루 누리기를 빈다. 뉘엿뉘엿 해가 기운다. 4346.4.1.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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