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마리 책읽기
꽃마리가 꽃마리인 줄 몰랐다. 참 오래도록 꽃마리라는 풀이름을 모르며 살았다. 지난해에도 올해에도 꽃마리를 꽃마리인 줄 모르면서 즐겁게 뜯어서 먹었다. 우리 집 마당에서건, 대문 앞에서건, 밭둑에서건, 이웃집 논둑에서건, 참 흔하게 피고 지는 이 들꽃이 무엇인가를 몰랐지만, 잎사귀 싱그럽기에 아이들과 함께 뜯어서 먹었다.
네 이름은 꽃마리라고 누군가 붙였구나. 왜 꽃마리일까. 꽃마리라는 이름에는 어떤 넋이 깃들었을까. 먼먼 옛날, 긴긴 겨울 견디며 새봄 맞이했을 적에, 들판에 푸릇푸릇 어여쁜 기운을 봄까지꽃이랑 별꽃이랑 냉이랑 나란히 퍼뜨리는 너를 바라보던 누군가 꽃마리라는 이름을 떠올렸을까. 가만히 들여다보면 여느 들풀이지만, 봄까지꽃 별꽃 꽃다지 꽃마리, 너희는 풀이름에 ‘꽃’을 하나씩 붙이는구나. 너희 꽃송이는 아이들 거스러기 크기만 하다 싶은데, 아이들 새끼손톱보다 훨씬 작은데, 이 작은 꽃망울로 봄을 부르고, 봄내음 퍼뜨리며, 봄맛을 나누어 주는구나.
네 잎사귀를 먹으며 하루를 빛낸다. 네 잎사귀를 만지며 하루가 기쁘다. 네 꽃대와 꽃송이까지 봄나물로 즐기며 하루하루 고맙다. 4346.3.26.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