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맨손으로 학교 간다
한국글쓰기교육연구회 지음 / 양철북 / 2013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읽기 삶읽기 129

 


교사는 어떤 사람인가
― 우리는 맨손으로 학교 간다
 한국글쓰기교육연구회 엮음
 양철북 펴냄,2013.3.4./12000원

 


  한국글쓰기연구회 교사들이 학교에서 아이들과 부대낀 삶을 찬찬히 적바림한 글을 엮은 《우리는 맨손으로 학교 간다》(양철북,2013)를 읽습니다. 전국 골골샅샅 여러 학교에서 씩씩하게 일하는 교사들은 아이들 씩씩한 얼굴과 웃음을 마주하면서 새삼스레 웃습니다. 아이들한테 교과서를 가르치는 자리에 서는 교사라 하지만, 막상 아이들은 교과서 바깥 이야기를 더 많이 배웁니다. 교사 또한 교과서를 벗어난 자리에 서면, 아이들한테서 새로운 삶을 마주하고 배워요.


.. 돌을 만지고 있는데 개구쟁이 이용우가 뭐라고 소리치며 들어온다. “선생님 이거 별이에요, 별!” 용우가 손에 들고 온 건 개나리인데 가지 끝에 핀 개나리꽃 세 송이가 노란 꽃잎을 벌리고 있는 게 마치 별 같다. “어쩜 이렇게 꽃잎이 이쁘니?” ..  (25쪽/노미화)


  아이가 개나리꽃을 별이라고 말합니다. 그래요, 꽃은 별하고 같아요. 그러면, 교사들은 다른 별을 찾으러 교실을 박차고 나올 수 있어요. 자, 아이들아, 우리 다른 별도 찾으러 밖으로 나가서 봄을 한껏 누려 볼까, 하고 외칠 수 있어요. 수업 진도 나가야 한다고요? 그러면 교장 교감 두 분 함께 모시고 모두 교실을 박차면 되지요. 소풍이나 현장학습을 꼭 어느 날 어느 때에 맞춰서 해야 하지 않아요. 교장 선생님도, 교감 선생님도, 시멘트 건물 학교에서 낮에도 형광등 켠 채 일하시지 말고, 아이들도 교사들도 다 함께 어깨동무하면서 들로 나가요. 들이 없는 도시라면, 학교 꽃밭으로 가요. 그래서 모두 함께 봄바람 마시고 봄볕 즐기면서 봄을 이야기하는 하루를 누려요.


.. 순진한 녀석들. 참 귀엽다. 그런데 어디서 튀어나오는 한마디. “전에도 안 서 있으면 체육 안 하고 교실에 들어갔어요.” 얼굴이 화끈거린다. 이 아이들이 얼마나 체육에 목말라 하는데, 아까 장난으로 한 말이지만 체육 안 할지도 모른다고 애 태우게 한 것이 미안했다. ‘그래, 그냥 좀 귀찮다고 체육 안 하고, 바쁘다고 체육 안 하고, 그런 일은 절대로 안 할게.’ ..  (58쪽/박선미)


  교사는 학생을 지키는 사람입니다. 교사는 학생을 윽박지르는 사람이 아닙니다. 교사는 가르치는 사람입니다. 교사는 교과서 지식 집어넣는 사람이 아닙니다. 교사는 아름다운 사람입니다. 교사는 학생들이 교사한테서 아름다움을 늘 느끼고 마주하면서 스스로 새 아름다움 빚도록 이끄는 사람입니다.


.. 그래도 나는 대구를 벗어난 시골 학교에 있으니까 드라이브하는 기분으로 출근했다. 도시를 조금만 벗어나면 텁텁하던 공기가 상큼해진다. 우중충한 햇빛에서 눈부신 녹색 속으로 들어가는데 기분이 어떻게 밝아지지 않겠나 ..  (90쪽/이호철)


  아이들더러 학교에 올 적에 맨손으로 오라 말하기 앞서, 교사들부터 학교에 갈 적에 자가용 좀 제발 끌지 않기를 빌어요. 학교 운동장 한켠에 제발 자가용 세우지 않기를 빌어요. 교사들부터 두 다리로 걸어서 학교에 오기를 빌어요. 교사들부터 자전거를 타거나 버스를 타고 학교에 오기를 빌어요. 교사들 누구나 아이들과 나란히 길을 거닐면서 이야기 주고받기를 빌어요. 교사들 모두 아이들과 아침에 노래노래 부르면서 학교 가는 길이 신나고 아름답게 거듭나도록 이끌기를 빌어요.


.. 늦게 일어나서 마음이 바빴을 텐데 성현이는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을 보았다. 떨어지려는 나뭇잎을 안타깝게 바라보며 “더 이상 못 참아 엄마 품에서 떨어졌다” 그랬다. 떨어진 나뭇잎을 주워서 엄마 나무 옆에 놔두고 다시 학교로 온 성현이는 교실에 와서 바로 일기를 썼다고 했다. 세상 귀찮은 듯 아무렇게나 다리 뻗고 앉아 있던 성현이를 겉모습만 보고 내가 섭섭해 했구나 ..  (212쪽/김숙미)


  교사는 아이들 속모습을 들여다보고 겉매무새를 가다듬어 주는 곁지기입니다. 어버이 또한 아이들 속살을 헤아리고 몸가짐을 추슬러 주는 옆지기입니다. 곧, 교사도 어버이도 어른입니다. 어른이란, 나이 많이 먹어 밥그릇 숫자 많아야 어른이지 않습니다. 어른은, 마음속에 슬기로운 빛 한 줄기랑, 따사로운 사랑씨앗 하나랑, 포근한 꿈자락 하나 건사하면서 언제라도 이웃하고 나눌 때에 어른입니다.


  그래서 아이들은 어른이 되지요. 아름다운 어른을 바라보며 크는 아이들은 아름다운 어른으로 자라지요. 사랑스러운 어른과 함께 살아가는 보금자리에서 아이들은 사랑스러운 어른으로 자라지요. 믿음직한 어른하고 학교에서 함께 가르치고 배우는 아이들은 날마다 새록새록 꿈을 먹고 사랑을 키우며 이야기를 빚어요.


.. 이렇게 가르치려고만 드는 교육으로 아이들을 답답하게 하는 동화들이 책으로 나오고, 이런 책이 좋은 책으로 알려지고, 아이들이 읽게 하고, 책을 읽은 아이들이 더 답답해지고, 그래서 책읽기를 싫어하게 되고 ……. 이렇게 문제가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  (231쪽/박문희)


  한국글쓰기교육연구회 교사들 모두 아름다운 삶과 사랑을 노래할 수 있기를 빕니다. 이 땅 교사들 모두 어여쁜 꿈과 빛을 이야기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온누리 어른들 모두 살가운 손길과 눈빛으로 아이들과 부둥켜안고 뛰놀며 지구별 지킬 수 있기를 꿈꿉니다. 4346.3.20.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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