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지상자 - 사람이 만든 새들의 집 더불어 생명 1
김황 글, 이승원 그림 / 한솔수북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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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255

 


새와 함께 살아가는 사람
― 둥지상자
 이승원 그림,김황 글
 한솔수북 펴냄,2009.7.20./11000원

 


  서울 같은 큰도시에서는 들새나 멧새를 마주하기 어렵습니다. 텃새 마주하기에도 어렵다 할 만합니다. 지하철을 타거나 지하도로 다니는 사람들은, 또 일터가 지하상가인 사람들은, 또 시내버스 타거나 자가용 몰며 집과 일터 사이를 아침저녁으로 바삐 오가는 사람들은, 서울 어느 한켠에 참새나 비둘기나 까치 같은 텃새가 먹이와 물 찾느라 부산한 줄 알아채지 못합니다.


  알아채지 못하기에 느끼지 못하고, 느끼지 못하기에 텃새들 먹이와 물을 걱정하지 않아요. 집에서 아이 돌보며 살림하는 사람 또한 집 언저리를 날아서 지나갈 법한 새들을 바라보거나 느끼거나 살피거나 헤아리지 못합니다. 집 바깥에서는 집 바깥대로 온갖 자동차와 건물과 시멘트바닥에 가려서 새를 마주하기 어렵고, 집 안쪽에서는 집 안쪽대로 집일과 집살림에 바쁘기에 ‘다른 데’에는 마음을 쓰기 힘들어요.


.. 둥지상자는 사람이 만든 들새 집이에요. 생김새도 여러 가지예요 ..  (2쪽)

 


  서울에서는 참새가 어디에 깃을 들일까요. 부산에서는 비둘기가 어디에 보금자리를 마련해서 알을 낳을까요. 새들은 왜 시골에서 살아가려 하지 않고 큰도시에 그대로 남아 힘들게 싸움을 하다시피 살아갈까요. 나무도 쫓아내고 풀도 쫓아내며 아예 흙땅 하나 남아나지 않도록 꽁꽁 아스팔트와 시멘트 척척 바르는 도시에 왜 새들이 먹이와 물 찾아 날갯짓을 할까요.


  그러나, 사람들이 도시를 이루기 앞서 서울이든 부산이든, 대구이든 인천이든, 대전이든 울산이든, 모두 들새와 들짐승 아기자기하게 어울리며 살아가던 터였습니다. 골목동네 길바닥은 아스팔트와 시멘트로 덮인 지 얼마 안 되었습니다. 쉰 해 앞서를 생각하고 백 해 앞서를 돌아보면, 서울을 오직 사람들만 사는 곳으로 삼으면서 막상 사람들 살림살이도 그닥 좋아지지 않아요.


  나무 한 그루 풀밭에서 튼튼하게 자랄 수 없는 도시에서는 사람들도 튼튼하게 자라기 어렵습니다. 풀 한 포기 싱그럽게 잎을 틔우며 조그마한 꽃 피울 수 없는 도시에서는 사람들도 싱그럽게 꿈을 키우거나 사랑을 속삭이기 어렵습니다. 새 한 마리 포근한 보금자리 꾸리기 어려운 도시에서는 사람들도 아름다운 보금자리 하나 마련해 아이들과 따사로이 살아가기 어렵습니다.


.. 먹이 많은 가을에도 열매 맺는 나무를 더 심어 주었고, 먹이가 모자라는 겨울에는 먹을거리를 마련해 주었지요. 그래도 숲을 찾아오는 새는 늘어나지 않았어요 ..  (8∼9쪽)

 

 


  새벽 아침 낮 저녁 밤, 들새와 멧새가 하늘을 날며 노래합니다. 우리 집 마당 초피나무 가지에도 앉고, 후박나무 가지에도 앉습니다. 붉은 꽃 핀 동백나무 가지에도 앉고, 모과나무와 뽕나무 가지에도 앉습니다. 전깃줄에도 앉고 지붕에도 앉습니다. 제비는 처마 밑에 짚과 흙으로 지은 둥지에서 새끼를 낳지요.


  그런데, 이런 시골이라 하더라도 이웃 할매와 할배는 농약을 많이 칩니다. 시골자락은 도시와 달리 흙땅 있고 숲 있지만, 요새는 항공방제라는 것까지 하며 숲에 농약을 뿌립니다. 그나마 시골에서는 여러 먹이를 찾을 만하다지만, 나무열매 얻을 만하다지만, 농약바람을 마시거나 농약물을 먹어야 해요. 논두렁에 흐르는 물이나 개울에 흐르는 물은 쓰레기더미 사이를 흐릅니다. 시골 곳곳에는 골프장과 공장 있고, 게다가 발전소라든지 폐기물처리장이라든지 짐승우리 그득그득 있으니, 멧새나 들새나 느긋하고 시원하게 마실 물 찾기란 만만하지 않아요. 텃새도 철새도 한국땅에서 좋은 보금자리 누리기 어렵습니다.


  바야흐로 도시에서는 도시대로 새를 만나기 어렵지요. 시골에서는 시골대로 새를 사귀기 힘들어요. 도시와 시골 모두 새를 아끼지 않아요. 도시이건 시골이건 새를 사랑하지 않아요.


  새를 아끼지 않으면서 이웃사람 아끼지 않아요. 새를 사랑하지 않으면서 이웃마을 사랑하지 않아요. 새를 돌볼 마음 사라지면서 이웃사람 돌볼 마음 나란히 사라져요. 새를 보살피는 넋 옅어지면서 이웃마을 보살피는 넋 또한 시나브로 옅어집니다.


.. 딱 한 곳만 아무런 일도 없었어요. 바로 베를레프슈 아저씨네 숲이었어요. 그곳은 변함없이 푸르디푸른 나뭇잎으로 가득했어요 ..  (15쪽)

 


  이승원 님 그림과 김황 님 글이 어우러진 그림책 《둥지상자》(한솔수북,2009)를 읽습니다. 숲속에 둥지상자 마련하려고 애쓴 어느 한 사람 기리는 이야기 담은 그림책입니다. 새를 지키고 사랑하는 일이란, 새라는 짐승한테 마음을 빼앗기는 일이 아니라, 새를 비롯해 여느 수수한 이웃 모두를 사랑하는 일인 줄 찬찬히 느끼도록 이끄는 그림책입니다.


  새가 즐거이 살아갈 수 있는 숲은, 사람도 즐거이 살아갈 수 있는 숲입니다. 새가 기쁘게 노래하며 보금자리 틀 수 있는 마을은, 사람도 이웃하고 어깨동무하고 두레하면서 기쁘게 삶을 빛낼 수 있는 마을입니다.


  사람 혼자 살려고 하면 사람부터 죽어요. 나 혼자 살려고 발버둥치면 나부터 죽지요. 사람으로서 사람을 아끼려 한다면, 사람을 둘러싼 흙과 해와 바람과 물과 나무와 풀 모두를 아낄 노릇입니다. 새와 벌레와 짐승과 물고기 모두 아낄 노릇이에요.


  지구별은 사랑이 감돌며 따스한 터전 됩니다. 온누리는 사랑이 흐르며 아름다운 보금자리 됩니다. 4346.3.16.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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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03-16 20:56   좋아요 0 | URL
'새를 지키고 사랑하는 일이란,..새를 비롯해 여느 수수한 이웃 모두를 사랑하는 일'.
함께살기님의 아름다운 포토리뷰를 통해 이 책을 알게 되어 더욱 기쁘고 감사합니다.^^
담아갑니다.~^^

숲노래 2013-03-16 21:55   좋아요 0 | URL
작은 숨결 사랑할 때에
이웃 모두 사랑할 수 있다고 느껴요.
쉽고 마땅한 슬기이지만,
나날이
이런 대목 다들 놓치는구나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