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855) -의 삶 1 : 거의 마찬가지의 삶을 살았다
유대의 엄격한 전통을 좇는 매우 신심 깊은 이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시내의 다른 사람들과 거의 마찬가지의 삶을 살았다
《캐시 케이서/최재봉 옮김-클레피, 희망의 기록》(푸르메,2006) 22쪽
“유대의 엄격(嚴格)한 전통(傳統)”은 “엄격한 유대 전통”으로 손보면 토씨 ‘-의’가 떨어집니다. 생각을 기울여 보면, “오랫동안 이은 유대겨레 삶”이나 “예부터 이어온 유대겨레 삶”으로 새롭게 적을 수 있어요. “신심(信心) 깊은”은 “믿음 깊은”으로 다듬습니다. ‘대부분(大部分)은’은 ‘거의 모두는’이나 ‘거의 모두’로 손질하고, “시내의 다른 사람들과”는 “시내에서 사는 다른 사람들과”나 “시내에 있는 다른 사람들과”로 손질해 줍니다.
거의 마찬가지의 삶을 살았다
→ 거의 마찬가지 삶을 누렸다
→ 거의 마찬가지 삶을 즐겼다
→ 거의 마찬가지로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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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하루 살아갑니다. 어제 하루 즐거이 누렸습니다. 모레도 글피도 반가이 맞이합니다. 즐기는 삶이고, 누리는 삶입니다. 빛내는 삶이요, 반가운 삶이에요.
이렇게 살든 저렇게 살든 스스로 아름답다 여기는 길을 걷습니다. 이러한 삶이든 저러한 삶이든 스스로 생각과 사랑을 보듬는 길을 걷습니다.
아버지는 아버지 삶을 꾸립니다. 어머니는 어머니 삶을 일굽니다. 나는 나대로 살아가고, 내 이웃과 벗은 내 이웃과 벗대로 살림을 빚습니다. 삶이요 살림입니다. 살고 살아갑니다. 4339.12.22.쇠./4346.3.8.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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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유대겨레 삶을 좇는 매우 믿음 깊은 이들도 있었지만, 거의 모두는 시내에 있는 다른 사람들과 거의 마찬가지로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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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065) -의 삶 2 : 걸레의 삶을 산다
나는 걸레가 되지 않으려고 / 필사적으로 걸레의 삶을 산다 / 검은 때와 퀴퀴한 냄새를 끌어안고 / 넝마처럼 너덜거리는 어둠의 생을 산다
《이경임-부드러운 감옥》(문학과지성사,1998) 82쪽
‘필사적(必死的)으로’는 “죽음을 무릅쓰고”나 “죽을힘 다해”나 “죽도록”으로 손볼 낱말입니다. 이 뜻을 살려 “악을 쓰고”나 “악에 받쳐”나 “온힘 다해”나 “모든 힘 쏟아”로 손질할 수 있고, “이를 악물고”라든지 “갖은 힘을 쏟아”라든지 “악착같이”로 다듬어 볼 만합니다. “삶을 산다”나 “생(生)을 산다”라는 말마디는 겹말로 잘못 썼다 할 만하지만, “잠을 잔다”를 헤아리면 이렇게도 쓸 만합니다. 앞으로는 이러한 말투도 널리 자리잡을 수 있다고 느껴요. 그러나, 아직은 ‘산다’나 ‘살아간다’라 적거나 ‘삶을 꾸린다’나 ‘삶을 누린다’처럼 다듬어야 알맞습니다.
필사적으로 걸레의 삶을 산다
→ 악을 쓰고 걸레처럼 산다
→ 이를 악물고 걸레마냥 산다
→ 온힘 다해 걸레와 같이 산다
→ 죽도록 걸레 되어 산다
…
보기글은 시입니다. 싯말 흐름을 살피면 조금 다르게 다듬을 수 있습니다. “-의 삶을 산다” 꼴만 다듬어도 되고, 아예 새롭게 시를 쓴다는 마음으로 “나는 걸레가 되지 않으려고 / 악착같이 걸레가 된다”라든지 “나는 걸레가 되지 않으려고 / 온힘 다해 걸레 되어 산다”라 적을 수 있어요. 걸레가 되지 않으려고 걸레가 된다고 할까요. 바보가 되지 않으려고 바보가 된다고 할까요. 시를 쓴 분 삶이 어떠한 모습인가를 곰곰이 되새기면서, 이 마음을 가장 알맞게 담고 가장 슬기롭게 빛내며 가장 사랑스레 꽃피어날 말마디를 생각합니다.
그래서, “-의 삶을 산다”에서 ‘삶’만 한자 ‘生’으로 바꾼 다른 대목 “어둠의 생을 산다”도 여러모로 살피며 손질해 봅니다.
넝마처럼 너덜거리는 어둠의 생을 산다
→ 넝마처럼 너덜거리는 어둠을 산다
→ 넝마처럼 너덜거리는 어둠으로 산다
→ 넝마처럼 너덜거리는 어둠 되어 산다
→ 넝마처럼 너덜거리는 어둠과 같이 산다
…
앞 대목에서 “-을 산다”고 했으니 뒷 대목에서도 “-을 산다”로 마무리지을 수 있어요. 앞 대목을 “-이/가 된다”로 손보면, 뒷 대목에서도 “-이/가 된다” 꼴로 손봅니다. 또는 앞과 뒤를 살짝 달리 적을 수 있어요. 느낌을 살리면서 이야기를 빛내고, 이야기를 밝히면서 말결을 살찌웁니다.
스스로 빛이 되려고 할 때에 빛나는 말이에요. 스스로 꽃이 되려고 할 적에 꽃과 같이 피어나는 말이에요. 한 마디 두 마디 사랑스럽고 따사로이 보듬기를 빕니다. 4346.3.8.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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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걸레가 되지 않으려고 / 죽을힘 다해 걸레처럼 산다 / 검은 때와 퀴퀴한 냄새를 끌어안고 / 넝마처럼 너덜거리는 어둠 되어 산다
(최종규 .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