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결에 물든 미국말
(673) 프리바스켓(freebasket)
프리바스켓이란 요리에 쓸 만한 재료들을 계절에 맞게 그때그때 신선하게 준비한 뒤 손님이 직접 고르도록 해서 요리하는 것이다
《용서해-삶의 마지막 축제》(샨티,2012) 167쪽
“요리(料理)에 쓸 만한 재료(材料)” 같은 대목은 애써 손질하지 않아도 됩니다. 다만, ‘요리’란 ‘밥하기’요, ‘재료’란 ‘감’입니다. 글을 쓸 거리를 가리켜 ‘글감’이라 하고, 그림을 그릴 거리를 가리켜 ‘그림감’이라 하듯이, 밥을 지을 거리를 가리켜 ‘밥감’이라 새 낱말 빚을 수 있습니다.
‘계절(季節)’은 ‘철’로 손보고, “신선(新鮮)하게 준비(準備)한”은 “싱싱하게 마련한”이나 “싱그럽게 장만한”으로 손봅니다. ‘직접’은 ‘손수’나 ‘스스로’로 손질하고, “요리(料理)하는 것이다”는 “차린다”나 “밥상을 차린다”로 손질해 줍니다.
프리바스켓
→ 맘대로바구니
→ 마음바구니
→ 바로바구니
…
‘basket’은 영어입니다. ‘free’도 영어입니다. ‘바스켓’은 한국말로 ‘바구니’입니다. ‘프리’는 ‘마음껏’이나 ‘홀가분한’이나 ‘자유로운’을 가리키는 영어입니다.
한국사람이어도 영어를 쓸 수 있습니다. 한국사람이지만 영어로 새 낱말 지어도 됩니다. 참말 자유이니까요.
그런데, 한국사람이 한국말로 새 낱말 빚지 않으면, 일본사람이나 미국사람이나 중국사람이 한국말로 새 낱말을 빚을까요. 한국사람이 한국말을 사랑하지 않으면, 누가 한국말을 사랑해야 할까요.
보기글에 나오는 ‘프리바스켓’은 ‘자유로운 장바구니’를 가리키지 싶습니다. 조금 더 헤아리면, 저마다 마음대로 골라서 밥감을 담는 장바구니라 할 텐데, 이러한 쓰임새를 살펴 ‘마음바구니’쯤으로 새 낱말 지으면 어떠할까 싶습니다. 또는 ‘사랑바구니’나 ‘꿈바구니’처럼 새 낱말 지을 수 있어요. 왜냐하면, 이 바구니에 담은 밥감으로 밥상을 차려서 먹을 때에, 사람들 모두 사랑이나 꿈을 누릴 수 있기를 바란다면, 이러한 이름이 더없이 알맞습니다.
싱싱바구니
상큼바구니
산뜻바구니
싱싱한 밥감을 담는 바구니라면 ‘싱싱바구니’라 할 수 있습니다. 뜻이 비슷한 다른 낱말을 넣으며 바구니 느낌을 상큼하거나 산뜻하게 붙일 수 있습니다. 생각을 아름답게 추스르면서 말 또한 아름답게 추스를 수 있기를 빕니다. 4346.3.1.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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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싱바구니란, 밥감을 철에 맞게 그때그때 싱싱하게 장만한 뒤 손님이 손수 골라 밥상을 차리도록 돕는 것을 가리킨다
(최종규 .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