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쓰는 마음

 


  이야기를 새로 씁니다. 날마다 내 마음속에서 새로 태어나는 이야기를 늘 쓰고 또 씁니다. 오늘 하루 이 이야기를 쓰면서 즐겁습니다. 어제 하루는 그 이야기를 쓰며 즐겁지요. 다시 하루 살아내어 이듬날 찾아오면 이듬날에는 저 이야기를 쓸 수 있어 즐겁습니다.


  이야기는 새로 자랍니다. 이야기 한 자락 쏟아내면 다른 이야기 한 자락 몽실몽실 자랍니다. 이야기 한 자락 꺼내었대서 내 마음자리가 비지 않아요. 사랑 한 자락 펼친대서 내 마음자리가 허전하지 않듯, 펼치거나 꺼낼수록 새롭게 자라는 이야기입니다.


  아마, 꿈도 늘 새로 자랄 테지요. 마음속으로 품은 꿈 하나 이루어지면, 어느새 다른 꿈 한 가지 새록새록 자라리라 느껴요. 풀 한 포기 뜯어서 먹으면, 이내 다른 풀이 돋듯, 꿈 또한 즐겁게 이루면서 새롭게 일구는구나 싶어요.


  노래도 언제나 새롭게 피어납니다. 새로운 노래를 지으며 새롭게 즐기고, 늘 부르는 노래를 다시 부르며 새삼스레 즐깁니다. 삶을 즐기는 노래요, 삶을 누리는 노래입니다.


  그러고 보면, 사람으로 태어나 날마다 새롭게 밥을 차리는 일도 즐거움이 될 만할까요. 사랑을 담아 밥을 차리고, 사랑을 실어 밥을 누리니까요. 사랑을 받는 밥을 받아들여, 사랑을 나누는 숨결을 얻으니까요.


  다만, 내 마음속에 어떤 이야기 하나 늘 맴돌아요. 하느님을 바라보며 왜 나는 이슬과 바람만 먹으며 살아가지 못하고 예쁜 풀을 뜯어서 먹어야 하느냐며 눈물지은 토끼가 있는데, 사람들 누구나 이슬과 바람을 먹으며 살아가지 않았을까 싶어요. 날마다 여러 시간 품을 들여 밥을 차리고 치우고 먹고 하는 일이란, 말 그대로 ‘일’이 되면서, 스스로 아름다움을 찾는 길하고 동떨어지는 셈은 아닐까 싶어요. 사람이라는 목숨, 또 수많은 새와 짐승과 물고기라는 목숨, 모두들 처음 이 땅에 태어났을 적에는 ‘약육강식’이 아닌 이슬과 바람을 누리면서 삶을 즐겁게 짓지 않았을까 싶어요. 누구는 풀을 먹고 누구는 고기를 먹는 짐승이 아니라, 어떤 짐승이라 하더라도 ‘고운 사랑으로 이루어진 숨결’로서 맑은 바람과 이슬로 목숨을 지켰으리라 생각해요.


  바람이 돌고 돌아요. 물이 돌고 돌아요. 사람들은 공장을 짓고 자가용을 굴리며 발전소를 움직이지만, 매캐해지거나 더러워진 바람이 어느새 다시금 정갈한 기운 그득 담아요. 사람들은 고속도로를 닦고 아파트를 세우며 전쟁무기를 휘두르지만, 무너지거나 망가진 물이 어느덧 새롭게 맑은 기운 듬뿍 실어요.


  내 몸으로 들어온 바람이 내 몸에서 밖으로 나와 지구별 샅샅이 돌아요. 내 몸으로 들어온 물이 내 몸에서 밖으로 나와 지구별 곳곳을 흘러요. 내 몸으로 들어온 사랑이 내 몸 밖으로 나와 이웃과 동무한테 퍼져요. 내 손으로 쓴 즐거운 글 하나는 내 살가운 이웃과 동무가 읽으며 서로서로 아름다운 생각을 빚어요. 4346.2.14.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