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린 손발
남녘 고흥에서 한밤에 글을 쓰며 손이 시리다고 느끼지 못한다. 음성서 살아가는 할머니 할아버지 댁에서 글을 쓰며 손이나 발이 춥다고 느끼지 못한다. 경기 일산 끝자락 밭뙈기 한켠 비닐을 쳐서 지내는 옆지기네 어머니 아버지 댁에서 글을 쓰며 새삼스레 손이랑 발이 차갑구나 하고 느낀다.
고흥에서는 구경하지 못하는 눈밭을 음성이랑 일산에서 흐드러지게 본다. 아이들은 눈을 쥐고 뭉치며 던진다. 까르르 웃으며 논다. 따스한 남녘에서는 따스한 손길 되어 따스한 눈망울 밝히며 놀고, 추운 곳에서는 추위에 오들오들 떨다가도 개구지게 뛰놀고 뒹굴면서 작은 옷을 작은 땀으로 촉촉히 적신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추운 겨울날 시린 손발 호호 녹이며 지낼까. 얼마나 많은 북녘 이웃들이 추운 겨울날 추위에 꽁꽁 얼어붙으며 봄을 기다릴까. 왜 남녘땅에 새 찻길 더 내고 새 공사와 개발을 끝없이 해야 할까. 함께 웃으며 살아가는 길에 돈을 나누기는 어려울까. 석유와 전기를 때야 하는 흐름 아닌, 지구별 살리고 지구이웃 사랑하는 맑은 빛과 볕으로 겨울을 따사로이 누리는 흐름을 빚을 수는 없는가. 자동차를 굴리더라도 배기가스 안 나오는 자동차를 짓는다면 얼마나 아름다울까. 우람하게 커다란 발전소 아닌, 무시무시하게 세워 끝없이 잇는 송전탑 아닌, 농약 듬뿍 뿌리고 땅밑물 함부로 퍼올리는 골프장 아닌, 서로서로 어깨동무하는 살가운 보금자리를 일구려고 마음을 기울이는 사람은 왜 늘어나지 못할까.
사람들 누구나 텃밭을 일굴 수 있기를 빈다. 사람들 누구나 이녁 먹을거리 얻을 무논 몇 뼘 있기를 빈다. 사람들 누구나 집숲을 즐길 만한 멧자락 한 뙈기 있기를 빈다. 땅문서도 은행계좌도 무덤으로 가져가지 못한다. 백만 권에 이르는 책이든, 꼭 한 권 책이든, 무덤으로 가져갈 수 없다. 무덤으로 가져갈 한 가지는 오직 사랑이다. 사랑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이요, 사랑을 안고 하늘나라에서 훨훨 날갯짓하며 춤추고 노래할 사람이다. 4346.2.12.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