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아라 로켓파크 카르페디엠 32
이시다 이라 지음, 김윤수 옮김 / 양철북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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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책과 함께 살기 104

 


청소년은 즐겁게 살아가고 싶다
― 날아라 로켓파크
 이시다 이라 씀,김윤수 옮김
 양철북 펴냄,2013.1.2./11000원

 


  바람이 붑니다. 여러 가지 소리를 내며 바람이 붑니다.


  귀를 기울입니다. 내 귀로 스며드는 여러 가지 소리를 가만히 듣습니다.

  바람은 철마다 다 다른 소리와 내음과 무늬와 빛깔로 내 몸으로 스밉니다. 바람은 다달이 다 다른 소리로 찾아들고, 나날이 다 다른 내음으로 찾아들며, 아침저녁으로 다 다른 무늬를 선보이다가는, 때마다 늘 다른 빛깔이 눈부십니다.


  바람은 소리로만 찾아오지 않습니다. 바람에는 수많은 모습이 서립니다. 시골에서 부는 바람이랑, 숲과 들과 마당과 마을과 바다에서 부는 바람이 사뭇 다릅니다. 대청마루에 앉아 마주하는 바람이랑, 헛간 곁에서 마주하는 바람이랑, 대문 앞에서 마주하는 바람이랑, 마늘밭이나 무논에서 마주하는 바람이 서로 달라요.


  도시에서도 바람은 노상 다릅니다. 찻길에서 마주하는 바람, 거님길에서 마주하는 바람, 높다란 아파트나 건물 곁에서 마주하는 바람, 도시 한켠 공원에서 마주하는 바람, 도시 길가 가녀린 나무 옆에서 마주하는 바람, 골목 어귀에서 마주하는 바람, 골목동네 한복판에서 마주하는 바람, 골목밭 앞에서 마주하는 바람, ……, 참말 같은 바람이란 없습니다.


.. 고개를 드니 콘크리트 난간 너머로 도쿄의 하늘이 보였다. 크림처럼 하얀 봄 하늘이다. 요지는 요코하마나 여기나 하늘은 똑같구나 생각했다 … “사람한테 나이가 무슨 상관이 있을까? 어른이라도 그저 그런 사람이 있고, 아이라도 놀랄 ㅁ나큼 믿음직한 사람이 있어. 너는 내가 아는 사람 중에서 가장 똑바른 사람이라서 부탁한 거란다.” ..  (7, 71쪽)


  햇살이 드리웁니다. 여러 가지 이야기를 안고 햇살이 드리웁니다.


  눈을 감습니다. 내 살결로 젖어드는 여러 가지 이야기를 곰곰이 헤아립니다.


  햇살은 철마다 다 다른 이야기로 나한테 다가옵니다. 도란도란 속삭이는 이야기로 다가오기도 하지만, 우당탕탕 헐레벌떡 거침없이 휘젓듯이 다가오기도 합니다. 햇살이 우당탕탕거릴 수 있느냐고요? 네, 그래요. 햇살을 스물네 시간 바라보셔요. 새벽부터 밤까지 햇살을 찬찬히 느껴 보셔요. 시멘트로 지은 집에서 말고, 흙과 나무와 짚과 돌로 지은 집에 깃들어 햇살을 하나하나 느껴 보셔요. 아니, 시멘트로 지은 집에서도 햇살을 느낄 수 있어요. 마음으로 눈을 뜨며 가만히 헤아려 봐요.

  해가 기운 저녁에도 햇살을 느낄 수 있어요. 지구별 다른 쪽 비추는 햇살을 느껴요. 달에 어리는 햇살을 느껴요. 멀디먼 뭇별에 닿는 햇살을 느껴요. 밤에도 햇살은 우리 마을 우리 집까지 찾아옵니다. 낮에도 아침에도 햇살은 즐겁게 찾아옵니다.


  풀과 나무와 꽃은 햇살을 먹으며 살아갑니다. 물고기와 들짐승과 풀벌레 모두 햇살을 마시며 살아갑니다. 사람 누구나 햇살을 들이켜면서 살아갑니다. 햇살 한 모금 마시지 않으면 숨결을 잇지 못해요. 햇살 한 조각 먹지 않으면 목숨을 건사하지 못해요. 내 즐거운 삶을 빛내는 반가운 햇살을 고맙게 마주하면서 두 팔을 활짝 벌립니다.


.. 다들 한눈으로도 간타를 특이한 아이로 여기는 듯했다. 어른들 표정만 봐도 알 수 있었다 … 간타를 특별한 아이 취급하는 사람들은 유치원 선생님만이 아니었다. 어른들은 모두 그랬고, 늘 간타와 함께 있는 요지는 그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았다 … “걱정 안 해도 돼. 아빠가 그랬어. 신은 장애를 가진 사람을 다른 사람보다 훨씬 강하게 만드셨대. 곤란하거나 괴로운 일을 견딜 수 있는, 그래서 우리보다 훨씬 강한 사람이래.” … “사람을 심판한다는 건 그 사람을 사람답게 하는 부분까지도 전부 깎아내는 일이야.” ..  (14, 15, 23, 166쪽)


  푸름이는 누구나 즐겁게 살아가고 싶습니다. 꿈을 키우는 푸름이로 살아가고 싶습니다. 사랑을 노래하는 푸름이로 살아가고 싶습니다. 실컷 놀고, 개구지게 달리고 싶습니다. 마음껏 뛰고, 온몸 휘저으며 뒹굴고 싶습니다.


  어느 일터에 몸이 매여 달삯바라기만 하는 푸름이로 살아가는 일은 즐겁지 않습니다. 대학생이 되어야 할 푸름이가 아닙니다. 공무원이나 회사원이 되어야 할 푸름이가 아닙니다. 자영업자가 될 푸름이가 아닙니다. 푸름이는, 푸름이라는 이름 그대로 푸른 삶 푸른 꿈 푸른 사랑을 꽃피울 수 있는 가슴을 북돋울 때에 푸름이입니다.


  즐겁게 삶을 누리는 어린이가 즐겁게 삶을 빛내는 푸름이가 됩니다. 즐겁게 삶을 빛내는 푸름이가 즐겁게 삶을 일구는 어른이 돼요. 어릴 적 즐겁게 놀지 못하면, 푸른 나날에도 즐겁게 배우지 못해요. 푸른 나날에 즐겁게 배우지 못하면, 어른이 되어 아이들을 낳거나 짝꿍과 사랑을 나누고 싶을 때에 즐거운 삶길을 걷지 못합니다. 어릴 적에 놀지 못한 아이들은 어른이 되어 아이를 낳으면, 이녁 아이하고 놀 줄 몰라요. 어릴 적에 사랑을 받지 못한 아이들은 어른이 되어 짝꿍을 사귀려 할 적에 사랑을 어떻게 나누어야 아름다운가를 몰라요.


  대학입시에 얽매여 즐거운 나날을 누리지 못하던 아이들이 대학생이 짠 하고 된대서 즐거운 삶을 스스로 일구지 못합니다. 대학입시 공부에 목이 매여 참고서와 교과서와 문제집만 가방 가득 짊어지고 다녀야 하는 푸름이라면, 꿈도 사랑도 이야기도 모두 짓눌린 채 바보가 된 슬픈 넋일 뿐입니다. 가방에 시집 한 권 챙기지 못한다면, 집에서 만화책 한 권 느긋하게 펼치지 못한다면, 동무들과 바다마실 숲마실 들마실 즐기지 못한다면, 어버이와 오순도순 이야기꽃 피우지 못한다면, 푸름이로서 푸름이다운 한삶을 못 누리는 셈입니다. 푸름이일 때에 푸름이답게 한삶을 못 누린다면, 이웃을 아끼거나 뭇목숨을 소담스레 보살피는 손길을 키우지 못해요.


.. 아이들이 자살하는 첫 번째 원인은 학교생활 때문이다. 학교라는 작은 사회는 아이들에게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정글과 같았다 … “한 살 많은 얼간이를 왜 선배라고 불러야 하는데? 난 그런 거 싫어. 운동은 좋아하지만.” … 누가 더 센지 싸우고, 교실에서는 누구 머리가 좋은지 시험 점수로 경쟁한다. 그것은 해도 해도 끝이 없는 일이었다 ..  (32, 98, 101쪽)


  학교에 가야 하는 아이들이 아니고, 학교에 안 가야 하는 아이들이 아닙니다. 아이들은 그저 아이들입니다.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야 하는 어버이가 아니고, 아이들을 학교에 안 보내도 되는 어버이가 아닙니다. 어버이는 누구나 어버이입니다.


  아이들 마음을 읽어요. 어른들 마음을 보여주어요. 아이들 생각을 쓰다듬어요. 어른들 생각을 활짝 열어요. 아이들 사랑을 돌보아요. 어른들 사랑을 스스럼없이 드러내요.


  우리가 서로서로 할 일은 오직 하나, 사랑입니다. 사랑스럽게 말을 하고, 사랑스럽게 이야기를 나누며, 사랑스럽게 밥을 지으면 됩니다. 사랑스럽게 빨래를 하고, 사랑스럽게 비질과 걸레질을 하며, 사랑스럽게 웃고 울어요. 사랑스럽게 자전거를 타고, 사랑스럽게 들길을 걸으며, 사랑스럽게 나물을 캐고 나무를 어루만져요. 사랑스럽게 책을 읽고, 사랑스럽게 글을 쓰며, 사랑스럽게 사진을 찍어요.


  무엇을 하든 사랑으로 하면 돼요. 학교를 다니며 공부를 하든, 집에서 지내며 숲과 바다와 들을 온몸으로 껴안든, 시골에서 시골 아이로 자라든, 도시에서 도시 어른으로 크든, 마음속에 사랑씨앗 한 알 곱게 심으면 돼요.


  무엇이 되겠다거나, 어떤 뜻을 이루겠다는 생각도 좋아요. 다만, 어떤 이름값을 떨치거나 얼마쯤 되는 돈을 벌겠다는 뜻을 세우든, 언제나 사랑으로 할 수 있으면 됩니다. 사랑스럽게 이름을 떨치고, 사랑스럽게 돈을 벌며, 사랑스럽게 꿈을 이루면 되지요.


  사랑이 없을 때에는 메마릅니다. 사랑이 없으니 차갑습니다. 사랑하고 등을 돌리면 나 스스로 삶이 고단해요. 아이를 품에 안고 다독다독 자장노래 부를 적에는 목소리만 예쁘게 뽑는대서 아이가 새근새근 잠들지 않아요. 어버이나 어른으로서 온 사랑 듬뿍 실어 부드러이 부르는 자장노래일 적에 아이는 느긋하게 눈을 감고 즐겁게 웃으며 꿈나라로 날아갑니다.


.. 정말 그럴까? 간타는 생각했다. 요지와 함께 만든 로켓파크를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이 샀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주식이 오르고 이익이 늘어나는 것은 분명 좋은 일이다. 하지만 그 누군가는 아파트 단지 공원에 있는 로켓 미끄럼틀을 탄 적도 없을 뿐더러, 그 존재조차 알지 못한다 … “이상한 건, 모두 노동이 신성하다고 외치면서 실제로 회사에서는 사람을 기계 부품처럼 취급한다는 거야. 말과 행동이 전혀 달라. 노동은 신성하지만 노동자는 한 번 쓰고 필요없어지면 버리는 일회용이라니 모순이야.” ..  (247, 271쪽)


  푸른문학 《날아라 로켓파크》(양철북,2013)를 읽습니다. 일본사람 이시다 이라 님은 아이들이 어릴 적에 어떤 사랑을 받으며 자라는가에 따라 어른이 되며 살아가는 모습이 사뭇 달라진다고 하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예쁜 사랑 예쁘게 받으며 자란 아이들은 예쁜 이야기 꽃피우는 예쁜 어른으로 살아갑니다. 슬픈 사랑 슬프게 받으며 자란 아이들은 슬픈 이야기 주섬주섬 줍는 슬픈 어른으로 살아갑니다.


  어린이인 오늘 즐겁게 살아야, 어른이 된 오늘 즐거운 이야기 나눕니다. 푸름이인 오늘 즐겁게 지내야, 어른이 된 오늘 즐거운 일을 기쁘게 합니다.


  스무 살에 대학생이 되고 스물대여섯 살에 도시에서 일자리 얻어, 예순두어 살쯤 정년퇴직을 하고는, 늙어서 죽을 때까지 연금 받으며 조용조용 손자 재롱에 깔깔깔 웃는 삶이 즐거운 삶일는지 생각할 수 있기를 빕니다. 우리 어른들은 이렇게 지내는 삶이 즐거울까요. 우리 아이들한테 이런 삶을 물려주어야 즐거울까요.

  사람으로 태어난 보람이란 무엇일까요. 사람으로 사랑을 나눈다는 뜻이란 무엇일까요. 사람으로 생각하고 마음을 여는 길이란 무엇일까요. 어깨동무란 무엇이고, 품앗이랑 두레는 무엇일까요. 마을이란 무엇이고, 보금자리란 무엇일까요. 일이란 참말 무엇이며, 놀이란 참말 무엇일까요.


  도시에서는 숱한 등불과 건물에 가려 밤하늘 별을 바라보기 힘들다고 하지만, 도시 어디에나 별은 뜹니다. 등불이나 건물에 가릴 뿐, 별은 늘 반짝반짝 빛나요. 아이들이 입시지옥과 취업지옥에 시달리거나 들볶인다지만, 이 아이들 가슴에는 사랑을 빛내고픈 작은 씨앗 하나 어김없이 있어요. 작은 씨앗은 사랑을 먹으며 자라고 싶어요. 작은 씨앗은 사랑 어린 손길 받으며 따사로운 마음밭에서 자라고 싶어요.


  아이들이 날게 해 주셔요. 아이들 날개를 보드랍게 쓰다듬어 주셔요. 아이들 마음자리에 사랑이라는 새 날개옷 베풀어 주셔요. 아이들 누구나 스스로 사랑날개 펼쳐 사랑노래 부를 수 있도록, 우리 어른들 모두 웃음꽃 피울 수 있기를 빌어요. 4346.2.12.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푸른책과 함께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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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3-02-12 1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엇이 되겠다거나, 어떤 뜻을 이루겠다는 생각도 좋아요. 다만, 어떤 이름값을 떨치거나 얼마쯤 되는 돈을 벌겠다는 뜻을 세우든, 언제나 사랑으로 할 수 있으면 됩니다. 사랑스럽게 이름을 떨치고, 사랑스럽게 돈을 벌며, 사랑스럽게 꿈을 이루면 되지요."

-이 글을 읽으니 칼릴 지브란 저, <예언자>에서‘모든 노동은 사랑이 없는 한 공허한 것.’이란 말이 생각납니다. 사랑으로써 행하기, 다시 한 번 가슴에 새깁니다.


숲노래 2013-02-13 07:45   좋아요 0 | URL
삶에는 사랑이 있기에 뜻이 있구나 싶어요.
참 그래요.